현대전자의 주가조작조사와 대표이사의 검찰고발, 강원은행 주가감시, 현대증권의 수익증권에 대한 위험성 감독 등 일련의 조치는 현대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측은 다른 의도가 내포된 ‘표적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면엔 현대 ‘길들이기’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왜 틀어졌나〓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현대가 정부의 재벌정책에 반발하면서부터. 첫째 사례는 부채비율 감축실적에 자산재평가분을 반영해 달라고 현대가 떼를 쓴 것. 현대는 “7조원에 이르는 자산재평가분을 빼면 연내 부채비율 200% 달성이 어렵다”며 끝까지 ‘저항’해 정부의 미움을 샀다.
둘째 사례는 조흥 강원은행 합병협상. 현대는 조흥은행과 합병시 지분의 7%를 요구하고 있으나 금감위는 “강원은행의 부실을 고려할 때 말도 안되는 억지”라는 입장. 이런 사례를 들어 금감원의 한 간부는 “다른 기업이나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대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있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하기도 했다. “현대가 너무 겁이 없다”는 말도 나왔다.
▽금감원의 공세〓현대전자 주가조작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발표가 대표적이다. 우선 발표 시기가 미묘하다. 증권거래소로부터 혐의를 통보받은지 5∼6개월이 지나서야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해 LG반도체 인수가격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터뜨린 것은 정부의 특별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빅딜과 관련해 기회있을 때마다 “사는 쪽(현대)에서 좀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의 발언도 현대엔 커다란 압박이 되고 있다.
증권사 공사채형 수익증권 판매잔고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금감원의 7일 발표 역시 ‘바이코리아’펀드 판매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현대의 계획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빅딜 어떻게 되나〓업계에서는 주가조작에 대한 혐의조사 발표가 지지부진한 반도체 통합협상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정부가 금감원을 통해 현대를 직접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미루어 현대측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선 정몽헌(鄭夢憲)현대전자 회장이 동남아 출장에서 돌아오는 이번 주말이후 반도체협상이 급류를 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준·홍석민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