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인회사에 인력을 알선하는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서치’의 유순신상무(41·여)는 지난달말 한 외국인회사 인사담당자가 보낸 편지를 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명문대 졸업생 7명을 이 회사에 소개했지만 모두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 지원자 모두 개인능력은 우수하지만 팀을 만들어 과제를 맡겼을 때에는 토론이 되지 않고 지나치게 자기주장만 앞세워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상무는 인력알선을 의뢰한 업체를 실망시킨 것도 부끄러웠지만 국내 최상급 ‘브레인’에 대한 외국인의 혹평에 더 자존심이 상했다.
‘한국 대졸인력의 수준은 글로벌스탠더드 기준으로 50점.’
국내진출 외국인기업들은 국내 인력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기몫을 해내는 ‘글로벌스탠더드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것. 외국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한국인력은 협동심과 책임의식이 부족해 선진국 인력에 비해 조직 기여도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왜 50점인가〓외국기업인들은 우리 인력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미달하는 가장 큰 이유를 교육시스템에서 찾는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토론중심이 아닌 암기식 교육만 받아왔기 때문에 사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한 미국계 은행의 인사담당자는 “전공관련 전문지식이 모자라 입사후 재교육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강제적인 교육방식에 길들여진 탓에 상사가 시키는 일 외에는 하지 않고 책임 회피를 위해 자발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도 우리인력이 낮은 점수를 받는 이유.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풍토 때문에 ‘나만 옳다’는 식의 아집이 강해 팀기여도가 낮다는 지적도 많다. 외국기업은 팀워크를 중시하기 때문에 한국인력의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
▽이런 인재가 국제인력〓외국기업이 원하는 고급인력은 한마디로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KK컨설팅의 김국길사장은 “자신의 모든 것을 차분하고 꼼꼼하게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필수. 외국인 회사에서는 상사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업무는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