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LG화학과 LG생활건강에 정규사원으로 입사하는 ‘행운’을 잡은 한호재(韓鎬在·26)씨와 김은진(金恩眞·25)씨. 이들은 직장을 잡았다는 안도감보다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3개월을 보내야 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의 김씨는 첫 월급을 받아 부모님 내복을 사드리고 남은 돈으로 우선 TV를 하나 장만했다. 토익 8백85점에 1년간 해외어학연수까지 다녀왔지만 바쁜 회사생활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영어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지난해 외국계 회사 3곳에 원서를 냈다가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동기들 중에서는 적게 떨어진 편. 그는 1학년 때부터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학기마다 한 과목씩 수강했고 엑셀 파워포인트 등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다룰 정도로 컴퓨터 실력도 갖췄다. 대학교 3학년 때는 1년간 영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대학학점 평균은 3.8점.
하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경제한파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인재가 넘쳐났다. 결국 3차례 낙방한 끝에 LG생활건강에 입사한 것. 어렵게 입사했지만 현재의 직장이 평생을 보장해주는 안식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지 ‘평생 직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쟁력이 없으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늘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도 주말이면 학교 도서관에 나간다.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를 꿈꾸면서 학교 때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회계학에 흠뻑 빠져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화학에 입사한 한씨. 해외영업파트 소속인 그는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에 파묻혀 지낸다. 입사 이후 3개월간 선배들과의 술자리는 단 두 차례.
입사 전에 막연히 상상했던 직장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철저한 팀제로 운영되고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부여되는 일과 책임이 덜하지도 않았다. 입사전 열군데 원서를 냈다가 떨어진 그는 요즘 사무실에서 복사 사무실정리 같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생 때는 돈을 내고 배웠는데 회사에서는 돈을 받으며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잘못 만나 ‘사(死)학년’ 소리도 들었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이상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겁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