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管 표준화로 공생…51개 회원사 규격 통일

  • 입력 1999년 4월 13일 20시 01분


전국 염화비닐(PVC)관 제조 중소기업들이 한데 뭉쳐 제품 표준화와 외자 유치에 성공, 재기에 나섰다.

IMF사태로 제품 수요가 급감,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고사 위기에 몰리자 경쟁사들이 서로 합심해 불황타개책을 모색한 결과.

PVC관의 주요 시장은 가정용 하수도관으로 전체 시장규모가 3천억원을 밑도는 수준. 업체들은 연간 1조원 규모의 일반 하수도 개보수 시장에 진출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새 시장을 뚫기 위해선 PVC파이프를 연결해줄 이음새관 제작이 먼저였다. 설상가상으로 업체마다 생산하는 파이프의 규격이 달라 가정용에 비해 길이가 긴 일반 하수도용으로는 적합치 않았다.

51개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염화비닐관공업협동조합(이사장 원상희·元相喜)은 수소문 끝에 전기선 이음새관을 생산하는 한국미라이공업㈜(대표 장호윤·張鎬潤)을 발굴했다.

전선 이음새관기술을 활용하면 PVC파이프용 이음새관 생산도 어렵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 한국미라이공업도 ‘새 시장을 개척하면서 중소기업도 돕자’는 취지로 PVC업체들과 전략적 제휴에 동의했다.

장사장의 소개로 PVC업체들은 일본미라이공업에 공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미라이측은 이들 업체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 2백50억원을 빌려주기로 흔쾌히 결정했다. 5년거치 연리 2.6%의 파격적 조건이었다. 이중 1백억원이 3월초 들어와 충남 금산에 이음새관 제조공장을 마련했다.

파이프 크기의 표준화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원상희이사장은 “늦어도 10월부터는 이음새관 양산에 들어가 하수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업체들의 공생(共生)전략이 재기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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