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등 각종 자격사시험, 선발인원 제한 없앤다

2002년 이후는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 전문자격사 시험에서 일정 점수(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를 얻은 모든 사람이 자격증을 받게 된다. 또 시험문제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질을 검증하는 수준으로 출제된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주재로 9일 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전문자격사 관련 규제개혁방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규제개혁위 관계자는 “소관 부처별로 다음달 말까지 관련법안 개정작업을 마무리하고 올 정기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위는 변호사 분야의 경우에도 8월말까지 마련될 예정인 사법개혁안에 규제개혁위의 개혁방안을 반영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또 사법부 소관사항인 법무사 분야도 같은 원칙 하에 개혁이 추진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새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전인 2001년까지는 자격사 수급상황을 고려해 선발예정인원을 공고토록 했다. 그러나 선발예정인원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관세사 공인노무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건축사 등은 배출자격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신축성있게 운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특혜시비 해소를 위해 2001년부터 경력공무원 자동자격 부여제도를 폐지하고 시험과목을 일부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개선키로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경력공무원의 2차시험 면제과목 수가 총 시험과목 수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자격사 시험 규제 개혁 의미▼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전문자격사 규제개혁방안의 핵심은 자격사 시장에 철저한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전문자격사 분야의 높은 ‘진입장벽’을 걷어내고 자유경쟁을 유도해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규제개혁위가 검토대상으로 삼은 대상은 개업대상 자격사(15종) 중 변호사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변리사 세무사 관세사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건축사 행정사 법무사 등 11종.

이 중 변호사와 법무사 분야의 개혁방안은 사법개혁위원회(신설 예정)와 법원행정처에서 자체적으로 개혁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나 이번 규제개혁위의 개혁방안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개혁방안은 크게 △자격시험제도 개선 △공무원 경력인정제도 개선 △법인설립 및 영업활동 관련 규제 완화 등 세가지로 나뉜다.

자격시험제도 개선은 선발인원을 미리 정하는 현행 제도를 2002년부터 폐지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일정점수 이상만 얻으면 모두 자격을 부여하고 시험문제의 난이도도 최소한의 자질을 검증하는 정도로 낮추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전에 선발인원을 제한하는 것은 신규 자격취득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자격자 수가 제한되면 대국민 서비스 질은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현재 변호사 1인당 국민수를 비교하면 한국은 1만1천명이고 미국은 3백명, 일본은 6천7백명 수준이다.

그동안 경력공무원에 대해 시험을 전부 면제해준 분야는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관세사 공인노무사 행정사 등이었다.

등록자격사 별로 경력공무원의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법무사(94.2%) 관세사(85.4%) 공인노무사(62.1%) 변리사(29.0%) 세무사(24.5%) 순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력공무원들도 이같은 특혜를 더이상 누릴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방안은 앞으로 자격사협회와 자격사취득을 준비 중인 경력공무원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돼 시행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