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방한]앞길 밝은 투자 파트너

  • 입력 1999년 4월 15일 19시 46분


영국 중동부 윈야드에 자리잡은 삼성전자 가전 공장. 95년 완공된 이 공장의 생산라인에는 현재 1천1백여명의 영국인 근로자들이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다.

작년엔 전자레인지 1백20만대와 모니터 1백80만대를 생산해 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97년엔 3억3천4백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수여하는 수출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해외투자 중 가장 성공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당초 이곳에 공장을 세운 것은 유럽지역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블록화와 함께 수입장벽을 강화하는 유럽지역을 뚫는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의도였다. 현재까지는 그 의도가 적중한 셈이다.

삼성전자측은 무엇보다 ‘입지 선정을 잘 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영국은 노동의 질이 우수하고 땅값 등 투자환경이 여러모로 좋다”고 매우 만족해 했다.

한국과 영국은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가까운 ‘투자파트너’로 발전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영국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이 작용했다. 오랜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던 영국은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외국자본 유치에서 찾았다.

즉 “영국인들을 종업원으로 고용만 해주면 국적이 어디든 영국 자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외국자본에 ‘구애’의 손길을 뻗기 시작했다.

질좋은 노동력에다 토지제공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과 지원이 주어졌다. 작년 한국이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도입한 ‘원스톱 서비스’의 원조도 다름아닌 영국이다.

마침 이때 해외투자에 활발히 나서던 한국 업체들의 발걸음은 잇따라 영국으로 향했다. ‘영국 바람’이 절정에 이른 건 96년. 한해 동안 8억4천6백만달러를 투자해 95년의 8천2백만달러에 비해 투자액이 무려 10배 가량 늘어났다.

특히 전자산업의 진출이 활발했다. 현재 삼성 LG 대우 현대 등 국내 전자업체 4사가 모두 영국에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설립해놓은 상태. 가전품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 LG 대우 3사의 작년 매출은 10억달러에 이른다.

대우자동차도 95년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 첫해에 1만4천8백대를 판 대우차는 작년에는 3만4백여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35%를 기록했다. 올해는 4만5백대(1.6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차의 최대 해외연구센터인 워딩연구소도 영국에 있다.

그러나 영국에 대한 투자는 작년에 큰 고비를 맞았다. 국내업체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직격탄’을 맞고 해외사업에서 줄줄이 철수하면서 영국에 대한 투자열기도 급속히 식었다.

주재원들도 상당수가 짐을 싸서 국내로 돌아왔다. 삼성전자는 윈야드에 이은 2기 투자 계획을 연기했고 현대전자와 LG반도체도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공장만 준공해놓고 이후 투자를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올들어 한국경제가 ‘체력’을 서서히 회복하면서 영국 투자도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업체들은 잠시 보류했던 대영(對英) 투자의 재개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공장을 짓다가 만 현대와 LG의 반도체공장도 빅딜이 타결되면 추가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작년말 현재 1백60건에 8억4천9백만달러로 한국의 대영 투자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올들어 런던에 기반을 둔 HSBC가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등 대형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스티븐 브라운 주한 영국대사는 “종전에는 한국의 대기업이 영국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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