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뉴브리지와의 협상에 임하라고 실무자들에게 지시했다”고 15일 말했다.
이달말 또는 5월초로 예정됐던 제일은행 매각 본계약은 한동안 늦어지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도 14일 “양측의 견해차이가 심해 제일은행 매각협상이 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12월31일 제일은행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정부(금감위)와 미국계 뉴브리지캐피털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제일은행 자산에 대한 평가.
당초 양측은 제일은행 자산을 ‘시장가치’에 따라 평가하기로 했었다.
현재 금감위측 협상팀은 “최근 현저히 개선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부실징후가 있는 대출자산도 정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자산가격을 후하게 쳐달라는 입장.
뉴브리지는 “국제적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맞서 양측의 가격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작년말 제일은행의 부실자산을 떼어내기 위해 필요한 공적자금 규모는 4조∼5조원으로 추정됐으나 뉴브리지측 주장대로라면 2조원 안팎의 자금이 추가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은행 매각협상과 관련, 금감위는 줄곧 “계획대로 잘 돼간다” “아무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말해왔다. 뉴브리지측을 자극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이로울 게 없다는 것.
그러나 최근 금감위의 태도는 약간 달라진 듯해 보인다. 한 금감위 관계자는 “뉴브리지와의 양해각서 체결은 다소 급하게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제일은행의 선례가 서울은행 매각협상에 영향을 주는 만큼 받아낼 것은 받아내야겠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