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은 기업과의 계약에 따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일정수량의 자사주식을 매입 또는 처분할 수 있는 권리. 장래에 경영실적이 좋아져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입해 높은 가격에 이를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게 특징.
증권거래소가 19일 스톡옵션을 실시중인 25개 상장사 임직원들의 평가이익을 조사한 결과 16일 종가를 기준으로 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할 경우 평가익은 총 7백42억6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25개사는 모두 31차례 스톡옵션 공시를 했으며 평균 수익률은 54.6%였다.
스톡옵션으로 인한 평가익은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이익이 아니다. 통상 스톡옵션 부여일로 부터 3년이 경과해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앞으로 주가변동에 따라 등락할 수 있다.
▽‘수익률 캡’은 김정태행장〓스톡옵션 바람을 몰고온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의 수익률은 16일 종가기준으로 무려 420%.
김행장은 “재임기간 중 월급으로 단돈 1원만 받는 대신 스톡옵션으로 경영능력을 평가받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은 인물.
김행장은 30만주에 대해 스톡옵션을 5천원에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16일 주가 2만6천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63억원의 평가익이 발생한다.
동아건설 고병우(高炳佑)회장도 스톡옵션(행사가격 2천5백66원, 10만주)을 행사하면 16일 현재 주가가 1만2백원에 이르기 때문에 수익률만 297.5%, 평가익은 7억6천여만원에 달한다.
워크아웃 대상기업인 동아건설은 특히 전임직원의 90%에 대해 스톡옵션을 부여해 ‘사기 진작용’으로 스톡옵션을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백61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쌍용증권 티모시 매카시회장이 94억여원을 기록해 눈길.
▽스톡옵션이 무조건 ‘돈방석’은 아니다〓스톡옵션을 실시하면서도 16일 현재 평가익이 전혀 없는 회사는 봉신 유한양행 세우포리머 닉소텔레콤 우진전자 새한전자 등 6개사였다. 16일 현재 주가가 스톡옵션의 행사가격과 동일하거나 못미쳤기 때문.
스톡옵션은 철저한 ‘능력중심’이 원칙. 회사 기여도가 높은 임직원 보상차원에서 스톡옵션이 도입됐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회사 경영실적의 가시적 향상보다는 단순한 주가상승에 기인해 스톡옵션 평가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
특히 최근 주가상승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여유자금이 한꺼번에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이뤄진 것으로 실적향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