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체들은 재개발사업을 하면서 일반분양자를 제외한 조합원들에게 공사비를 부담시키면서 대부분 청산금이라는 명목으로 징수해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에 따라 계약서를 변경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기 전까지는 조합원으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건설업체는 조합원 이주비 등 선투자자금 외에 조합원 몫의 시공비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또 사업 준공시점까지 막대한 선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돼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자칫 부도로 내몰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뭐가 문제인가〓도시재개발법상 조합원이 제공한 건물이나 땅의 가격이 분양받은 건물이나 땅의 가격과 비교해 돈이 모자라면 건설업체가 조합원에게 돈을 받고 돈이 남으면 조합원에게 돌려주라고 돼있다. 이같은 청산은 건물이 준공된 후에나 가능하다.
또 재개발사업 공사비는 시공사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조합원을 대상으로 동호수 추첨을 실시하면서 부담금이나 경비 형태로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는 관행적으로 공사비를 포함한 대부분의 조합운영 경비를 ‘청산금’이라는 이름으로 징수해왔다.
문제가 된 서울 용산구 산천구역 주택재개발조합도 계약서에서 “건축시설의 공사금은 청산금 등으로 상환하기로 한다”고 정해 놓았다.
이같은 문제가 빚어진데 대해 건교부 택지개발과 배승욱(裵承郁)서기관은 “사업시행자인 건설업체와 관리처분인가를 내주는 구청이 법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체 입장〓건설업체들은 “그동안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인정해온 부분을 용어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위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청산금으로 명기한 공사비를 분양처분고시 후 받으라는 것은 건설업체들을 모두 부도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재개발사업 계약서 변경은 조합원 총회 의결사항인데 조합원들을 모으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 계약서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건설업체들이 사업 추진을 중단하는 사태가 잇따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미 사업이 준공된 재개발사업 시공사가 청산금으로 공사비를 미리 받았을 경우 이자를 돌려달라는 조합원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