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불안요인중 하나인 대우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따라 대외신인도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조선부문 인수희망업체가 국제시장에서 치열한 수주전을 벌여온 일본 업체라는 점에서 재벌 구조조정의 득실과 관련해 논란도 예상된다.
▽‘기대수준’을 뛰어넘는 구조조정〓김우중(金宇中)회장이 밝힌 구조조정 계획은 지난주 주거래은행에 제출한 재무구조개선계획보다 더욱 진전된 것. 당시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자구노력 9조원이 포함돼 계획대로라면 부채비율을 150%대까지 내릴 수도 있다. 정부의 압박을 정면돌파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발표의 핵심은 알짜 계열사인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매각. 지난해 매출 6조2천억원에 당기순이익 1천6백억원을 기록해 극심한 시중 자금난 속에서 그룹의 숨통역할을 해왔던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계열사 10개 축소’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효자사업이기도 하다.
대우자동차 상용차부문 매각도 구조조정의 ‘강도’를 느끼게 한다. 대우중공업에서 최근 이관받은 상용차부문은 김회장이 76년 한국기계를 인수하면서 육성한 사업으로 김회장은 평소 측근들에게 “무역회사인 대우가 중공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계기였다”고 대단한 애착을 보여온 사업이다.
김회장은 중공업의 상용차부문을 대우자동차와 합병한 뒤 외자유치를 하기로 했으나 GM사와의 지분매각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전격적으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이냐, 조선이냐’〓대우가 핵심사업을 매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부의 다각적인 압박이 주효했기 때문. 그러나 중소사업 매각으로는 더 이상 금융시장의 의혹어린 시선을 잠재우기 어려웠던 복잡한 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금융계는 평가한다.
강봉균(康奉均)청와대 경제수석과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주초 잇따라 ‘5대 재벌중 현대와 대우가 구조조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으며 22일엔 채권은행단의 제재조치가 현실화될 상황이었다. 금융시장에서는 대우의 강제적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가능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대우의 차입여건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개선될 여지가 적었다.
대우 관계자는 “김회장이 14일 강수석과 이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침을 통보했고 16일 채권단회의 직전 장병주(張炳珠)㈜대우사장이 금감원을 찾아가 핵심계열사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우의 다른 관계자는 “당초 정부는 증권의 매각을 권유했으나 김회장이 정부의 의지를 재타진한 뒤 조선사업 매각을 전격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변신〓34개 계열사를 가진 대우는 빠르면 연내에 계열사 수가 8개로 줄어든다. 무역 건설부문의 △㈜대우 △경남기업, 자동차 부문의 △완성차 △판매 △부품회사 △자동차 할부금융과 대우중공업 공작기계부문, 대우증권이 마지막 남는 계열사. 건설부문도 내년중 정리할 방침이다.
〈박래정·홍석민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