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자리잡은 ㈜지오다노의 사무실을 찾은 사람들은 전혀 의류회사 같지 않은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패션업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옷가지나 소재샘플 등을 지오다노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일반회사처럼 칸막이로 나뉘어진 공간에 컴퓨터가 잔뜩 놓여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지오다노는 패션업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그러면서도 패션업계의 기린아로 떠오르고 있다. 캐주얼의류를 제조 판매하면서 97년 6백억여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87.5%의 매출신장을 기록한데 이어 98년 불황의 터널 속에서도 6백40억원 매출로 6.7%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작년 3월보다 1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 올해 판매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패션업계 단일브랜드로는 국내 최초로 한해 1천억원 매출을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오다노는 일신창업투자와 홍콩 지오다노인터내셔널이 각각 50%씩 공동출자, 94년 5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패션벤처회사. 수많은 의류업체들이 과도한 부채로 몇년 사이 줄줄이 부도를 내고 쓰러진 와중에서 지오다노는 무차입경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돈을 꾸기는 커녕 매년 주주들에게 50%씩 배당금을 나눠줄 정도. 2년 안에 주식시장에 직상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오다노를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 출신 한준석(韓準錫·42)사장은 “철저한 제품분석과 재고관리를 통해 제조물량의 95%를 제값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제조물량의 30% 이상만 제값에 팔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의류업체로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한사장은 “시험생산한 신제품에 대해 시장반응을 신속히 살핀 뒤 팔릴 제품만 정확한 물류관리 시스템을 통해 판매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나는 장사꾼”이라며 “디자이너는 명예를 걸고 옷을 만들지만 나는 돈이 될만한 옷만 만든다”고 소신을 밝혔다.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목이다.
한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 뉴욕법인 등에 근무하며 선진국의 의류유통과 생산을 익힌 전문가. 여기에 홍콩 지오다노본사의 경영노하우를 더해 글로벌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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