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선물거래소 23일 개장]환율-투자 손실 최소화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48분


23일 부산에 한국선물거래소(KOFEX)가 개장돼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선물거래가 시작된다.

96년부터 증권거래소가 2백개 상장사의 주가를 선물상품(KOSPI 200)으로 만들어 주가지수선물시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번에 선물거래소가 생겨 거래대상이 금리 환율 금 등으로 다양해졌다.

★ 선물거래란 ★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의 특정시점에 상품을 사고팔기(매도매수)로 현재 시점에서 약속하는 거래. 한 마디로 미래의 가격을 맞히는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예컨대 현재 1천2백만원인 순금 1㎏을 6월16일 1천3백만원에 사고 팔기로 약정하는 것이 금선물거래. 파는 사람은 만약 현재 가격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1백만원 이익.

금값이 1천5백만원으로 폭등한다면 시세보다 2백만원 밑지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 급격한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농부들이 중간도매상에게 무 배추 등 농산물을 밭떼기로 넘기는 것과도 비슷하다. 선물거래는 공식적인 시장을 통해 규격화된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며 만기일까지 갈 것 없이 중간에 청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선물거래소 출범은 싱가포르에 개설된 역외선물환(NDF)시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단이 없었던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들에게 분명 희소식. 선물시장은 또 달러나 금리, 금값 등의 미래가격을 미리 점쳐봄으로써 무모한 과잉투자 및 잘못된 투자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순기능까지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어떤 상품을 사고 파나 ★

선물거래소에는 미국 달러선물과 달러옵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선물, 금선물 등 4가지가 상장된다. 각각의 상품은 3,6,9, 12월물 등 결제월에 따라 여러 종목으로 세분화돼 거래가 이뤄진다. 조만간 국고채 금리와 농산물도 거래대상에 포함시킬 계획.

현재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가지수선물이 선물거래소로 옮겨질지는 아직 미지수.

선물거래소측은 “선물시장은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가지수선물을 확보할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증권거래소와 증권업계는 “세계 2위 규모로 키워놓은 주가지수선물시장을 부산으로 이관하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 어떻게 거래하나 ★

먼저 선물회사에 선물 옵션거래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선물회사는 현재 국민 농협 대우 동양 부은 삼성 TS LG 제일 현대 외환 등 11개.

계좌개설 후 실제로 주문을 내려면 달러선물 5백만원, 금선물과 CD금리선물 1백만원 등 증거금을 맡겨야 한다. 계약 당사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것. 주가지수선물 증거금(최저 3천만원)보다 훨씬 적다.

추가로 증거금을 납부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선물가격 변동에 따라 손실규모가 당초 낸 증거금의 3분의 1이상이 되면 부족액을 채워넣어야 하기 때문. 반대로 이익이 발생하면 초과분의 인출이 가능하다.

증거금은 주식 채권 등 대용(代用)증권 전산처리프로그램 개발이 지연돼 당분간 100% 현금으로 내야 한다.

매매주문은 계좌를 개설한 선물회사에 전화로 할 수 있다. 선물거래소는 가격우선 수량우선 원칙에 따라 전산으로 거래를 체결한다.

★ 남은 과제 ★

전산시스템의 불안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 입지선정이나 개장시기 결정 등이 정치권의 바람을 타 ‘날림’으로 추진된 탓에 시험중에 툭하면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등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거래소와 선물회사간 연결이 불안정해 주문접수나 거래통지가 늦어지고 주문전달 착오가 빈번하다는 것.

선물거래소측은 “시스템 결함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선물업계 관계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래가 활발할지도 의문이다. 급격한 가격변동을 피해 안정을 추구하는 ‘위험기피자’를 상대할 투기자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겠냐는 것.

선물거래소는 이 때문에 증권사들을 준회원사로 받아들여 주가지수선물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을 부산쪽으로 돌려볼 생각이지만 증권사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냉담하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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