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업계 로비에 휘둘리면서 솜방망이식 징계만 일삼았기 때문.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80년대말까지 대한항공이 항공업을 독점하던 시절 옛 교통부는 ‘대한항공 서소문지점’으로 불릴 정도였고 대한항공이 담당국장을 갈아치우기 일쑤였다”며 “이런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어 항공사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직원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토단계에 있는 항공사 제재 등과 같은 대외비 사항이 해당업체에 흘러들어가는 일도 적잖다”고 토로할 정도다. 사고를 일으킨 항공사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것도 문제를 심화시킨 요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8월 대한항공기 김포공항 활주로 이탈사고에 대한 정부의 처벌. 건교부는 당초 대한항공에 서울∼도쿄(東京) 노선의 주 2회 감편운항이라는 처벌을 내리려 했다가 운항좌석수 7% 감축으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국정감사 등에서 국회의원들이 중징계의 부당성을 성토한데다 감사원 등이 법 절차를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해 불가피하게 처벌정도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한 처벌의지를 가졌더라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어렵사리 만들어낸 항공안전대책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97년8월 괌사고를 겪은 정부는 작년 1월 항공안전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행정처벌 대상 사고나 고장만 무려 16건에 이른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