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27일 간담회]재계『우린 할만큼 했다』

  • 입력 1999년 4월 26일 19시 32분


반도체 자동차 등의 빅딜협상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 5대그룹 총수들이 24일밤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빅딜 현안이 대충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데다 27일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를 앞두고 목소리를 조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수 회동에는 전경련 회장단회의에 4개월동안 불참해온 구본무(具本茂)LG회장도 참석했다. 구회장은 지난해 12월 전경련이 깊숙이 개입한 반도체 빅딜협상 과정에서 현대전자가 통합주체로 결정된 이후 전경련 주최 각종 행사에 불참, 재계엔 LG와 대우간 불화설이 퍼져 있었다.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도 일본 방문에서 돌아와 이학수(李鶴洙)구조조정본부장을 대동하고 모임에 참석했다.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을 배석한 김태구(金泰球)대우 구조조정본부장은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이날 모임은 전경련 사무국이 제출한 안건을 보고받고 총수들이 촌평하는 자리인데다 그동안 그룹마다 ‘뼈를 깎는’ 자구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는 없었다’는 게 전경련 관계자의 총평.

다만 한국중공업 등 공기업 민영화와 데이콤 경영권의 향방 등 그룹간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이 널려 있어 5대그룹간 ‘장기 휴전(休戰)’을 점치기엔 아직 이른 상황이다. 특히 데이콤 경영권 인수를 둘러싸고 삼성―LG간, 한중 인수전에서는 현대―삼성간 이해가 충돌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총수들은 재계가 나름대로 구조조정을 성실히 이행해온 만큼 정부 및 금융권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청와대 모임에서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하긴 어렵겠지만 지난해 12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정부 금융권이 약속한 지원방안들을 되살리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5대그룹은 현물출자 자산을 재평가할 때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 및 금융권의 ‘외자유치후 부채 출자전환’방침이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5대그룹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정(勞政)간 대결국면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빅딜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력조정에 대해 정부측의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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