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고민에 빠진 것은 얼마전 대학 동기 모임에 나가 핀잔을 듣고 나서부터.
“김사장, 지금도 제조업을 하고 있나. 왜 어렵게 돈을 벌려고 해. 쉽게 벌 수 있는 길도 많은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동창은 사뭇 진지하게 골치아픈 제조업을 그만두고 다른 사업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아닌게 아니라 김사장은 그동안 너무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이 빠져버린’ 공장 설립에서부터 피를 말리는 원자재 확보, 판로 개척, 종업원 관리까지…. 하루하루 살얼음판 같은 일과가 떠오르면서 동창의 충고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런 고민은 김사장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들 가운데는 요즘 김사장처럼 제조업을 그만두려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제조업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
반면 국내 기업인이 떠난 ‘빈자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메우고 있다.
한편에선 일본경제가 미국경제에 밀린 것이나 산업이 발달하면서 서비스 산업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도 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은 20% 안팎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은 생산기반이 외국에 많이 나가 있는 ‘다국적 기업’ 체제여서 국내 상황과 단순비교는 힘들다는 지적.
취업자 수에서도 제조업의 위축은 뚜렷하다. 작년 한해 동안 제조업 취업자수는 13.2%나 줄어 4.4% 감소에 그친 서비스부문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외국인투자는 최근 다시 제조업으로 몰리고 있다. 임금 땅값 상승으로 등을 돌렸던 외국기업이 다시 국내 제조업에 눈을 돌린 것. 작년만 해도 바스프 볼보 등 외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업체를 인수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서비스업의 출발도 결국은 생산인데 최근 제조업기피 현상은 기초체력도 쌓지 않고 고난도 기술을 부리려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