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전주(錢主)는 무역거래를 통해 알게 된 다수의 일본인. 그는 이들이 설립한 일본내 법인과 45억엔(약 4백50억원)을 5년간 연 12%의 조건에 도입키로 장기차관 계약을 체결했다.
김씨는 돈을 댄 일본인들의 신분과 관련, “금융업 계통에 오랫동안 종사해 자금 동원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 사채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자본에 대한 제한이 대폭 풀리면서 올들어 거액의 일본 고리대(高利貸) 자금이 국내에 상륙, 사채시장에서 고금리로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연 1%선에 불과한 일본 내 초저금리에 실망한 뭉칫돈이 한일(韓日) 양국의 금리차와 한국의 높은 사채수요에 주목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
최근엔 특히 외환거래자유화 조치로 비거주자에 대한 1년이상짜리 예금 및 신탁상품 가입이 허용되자 모국의 금융자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재일교포들도 부쩍 늘었다.
▽어떻게 운영되나〓A&O 크레디트는 4월초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해 한달동안 3백여명에게 모두 4억여원을 빌려줬다.
무보증 무담보의 신용대출이며 1인당 대출한도는 1백만∼3백만원. 기업어음 할인 등 법인 업무에는 손대지 않고 철저히 개인 중심의 소매대출에 치중한다.
금리는 △유학 입학 등 학자금 월 2% △결혼자금 월 3% △일반 생활자금 월 4%의 고금리로 기존 사채이자와 비슷하며 1개월 선이자를 떼고 빌려준다. 지난해 IMF체제 이후 이자상한이 폐지되면서 고금리에 대한 제재가 없어져 수요만 있다면 금리수준에 관계없이 돈장사를 할 수 있다.
‘밝은 곳에서 떳떳하게 영업하기 위해’ 정식으로 대금업(貸金業) 법인등록까지 마쳤다.
김씨는 “일본인 전주들은 한국 사채업자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다”며 “합리적인 대출시스템을 갖춰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O 크레디트는 5,6월중 사채 중심가인 서울 명동에도 사무실을 낼 계획.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일본처럼 대금업이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다루는 업무가 은행법 등 기존 금융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 돈은 왜 들어오나〓가장 큰 이유는 일본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지만 최근 일본 경기침체로 마땅한 자금운용처가 없다는 점도 일본 자금의 한국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에서는 80년대 초부터 개인에게 연 30∼40%의 고금리로 사채를 빌려주는 대금업이 양성화됐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신규대출처 확보가 한계에 부닥쳤다는 지적.
S은행의 외환담당자는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일본 내 일부 ‘큰손’들이 금융시스템이 비슷하고 사채수요가 여전히 많은 한국 등 주변국으로 시선을 돌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A&O 크레디트에 투자한 일본인 전주의 경우 자금공여 대가로 받는 연 12%의 이자에서 세금과 각종 수수료를 떼도 연 10% 이상의 실수익률을 보장받는다. 또 5년 후에는 원금을 고스란히 되찾아갈 수 있다.사금융 용도의 외자도입은 지난해 10월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투자제한 업종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정 시행되면서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본자금의 국내유입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금융가는 내다봤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