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은 이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통계를 ‘한국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책(전3권)으로 묶어 3일 발간했다. 89년부터 98년까지 매년 전국 5대 도시의 13∼59세 남녀 4천∼6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설문조사 내용을 통해 90년대 한국인의 자화상을 돌아본다.
▽정치 사회관
90년대 우리 사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민주화가 진전됐다고 하지만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커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고 싶다는 응답이 늘어났다. ‘우리 사회에서는 법대로 사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대답은 92년 73.8%에서 98년 87.7%까지 증가.
‘우리 사회에는 능력보다 편법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다’는 피해의식 역시 95년 85.7%에서 98년 89.7%로 늘어났다. 특히 기혼남성은 94.1%(98년)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98년 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는 실업(48.1%) 부정부패(35.8%) 물가(34.0%) 등의 순으로 꼽혔다.
정치에 대한 불만 역시 높은 수준. 93년 정치에 대한 불만족도는 45.7%였으나 97년 82.3%까지 치솟았다. 새 정부 출범 후인 98년에는 그나마 74.6%로 하락.
국가 이미지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계층은 누구일까. 98년 설문조사에서 국회의원(57.3%)이 단연 수위를 달렸다. 재벌총수(16.7%)와 대통령(5.9%) 검찰고위직(4.6%)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한 계층은 스포츠스타(55.4%)와 대통령(22.2%)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재벌총수(6.5%) 언론인(3.4%) 등 순이었다.
▽경제관
시간이 흐르면 생활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뚝 떨어졌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우리집 생활이 더 나아질 것이다’는 희망은 93년 80.5%, 96년 78.5%의 응답률을 보였으나 IMF사태 이후인 98년 50.5%로 급락했다.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은 90년대 지속적으로 증가. ‘가급적 세일기간을 기다려 물건을 구입한다’가 92년 63.5%에서 98년 73.6%로 증가.
반면 ‘이름난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의 품질을 믿을 수 있다’는 답변은 94년 50.1%에서 98년 40.3%로 줄어들었다.
대기업에 대한 신뢰 역시 추락.
‘우리나라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은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96년 64.2%에서 98년 39.4%로 줄어들었다. 대신 ‘자녀가 취직한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권하겠다’는 응답은 95년 33.4%에서 98년 44.3%까지 올랐다. ‘중소기업이 경제발전에 더 기여한다’는 의견도 95년 62.5%에서 98년 82.3%까지 증가.
▽생활
한국인의 여가생활 만족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나의 여가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90년대 내내 30%를 약간 웃돌았다.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 활용에 대한 98년 조사에서는 ‘집안에서 휴식’이라는 소극적인 대답이 60.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도 해외여행에 대한 꿈은 남아 있다.
‘매년 휴가를 가지 않더라도 돈을 모아서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IMF관리체제 이후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반수를 넘는 53.1%에 이른 것.
98년 조사에서 가구당 기준 컴퓨터 보유율은 56.0%로 나타났다. 그러나 PC통신을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13.7%였으며 인터넷 사용자는 12.2%에 그쳤다.
▽가정관
‘여자가 결혼하면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92년 37.8%에서 꾸준히 감소해 98년에는 26.5%에 머물렀다. 이 설문에 대해 기혼남성은 98년 41.7%가 ‘그렇다’고 응답한데 반해 정작 주부는 18.2%만 동의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집안일은 주부의 책임이다’는 의견 역시 92년 55.7%에서 98년 39.1%까지 지속적으로 감소. ‘여자가 담배피우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대답은 94년 38.8%에서 98년 45.2%로 꾸준히 늘어났다.
‘시설만 좋다면 부모를 양로원에 모셔도 좋다’는 응답은 92년 16.3%에서 98년 29.1%로 크게 늘었지만 역시 주종은 아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