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社株 풍속]「돈벼락」미혼들 『일할맛 나네요』

  • 입력 1999년 5월 8일 19시 56분


최근 주가가 폭등한 회사의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미혼 사원들은 요즘 정말 일할 맛이 난다.

우리사주는 7년 이상 보유해야 처분할 수 있으나 결혼 전세금 주택구입 등의 사유가 있으면 1년만 지나도 팔 수 있어 미혼자에게 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IMF체제 이후 구조조정의 한파 속에 결혼을 미룬 많은 미혼직장인들은 우리사주를 팔아 결혼자금을 마련하게 됐다.

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주당 1만4천6백원에 우리사주를 배당한 뒤 연말 50% 무상증자를 실시했다. 제일제당의 8일 현재 주가는 7만7천원.

평직원은 최고 1백80주까지 받았는데 무상증자분까지 합하면 1천8백여만원씩 순익을 올린 셈.

이 회사 처녀총각들은 요즘 우리사주를 받은지 1년이 되는 다음달까지 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더욱 신나는 사람들은 증권사 직원들.

삼성증권은 지난해 5월말 주당 5천원에 우리사주를 배정했다.1인당 받은 주식물량은 연봉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수천주씩 돌아갔다. 현재 주가는 5만1천2백원.

2천주를 받은 직원은 9천2백여만원을 벌었고 억대를 번 직원도 상당수 된다는 계산이다. 미혼이나 무주택 직원들이 이달말을 손꼽아 기다릴만하다.

회사가 갑작스럽게 분사(分社)해 우리사주를 받은지 두달만에 목돈을 만지게 된 사원들도 있다.

삼성물산은 올 3월 중순 주당 5천원에 우리사주를 배정했다. 현재 가격은 1만9천9백원으로 4배 가까이 올랐다. 그런데 삼성물산의 유통부문이 영국 테스코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바람에 일부 직원들은 이달 1일 삼성물산을 퇴사하고 삼성테스코에 입사해 우리사주를 곧바로 팔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의 배정주식은 평직원 1천5백주, 부장급 2천주 수준으로 적지 않은 물량. 그러나 당시만 해도 주가가 낮아 우리사주를 청약한 사원은 30% 가량에 불과했다. 청약하지 않은 나머지 직원들은 요즘 땅을 친다고.

외환위기 이전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냉탕과 온탕을 반복했다. 신세계백화점은 95년 5만2천9백원에 1인당 2백10주까지 우리사주를 배분했는데 지난해 1만5백원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최근 급등세를 기록하며 지난주 장중 6만원을 돌파했다가 5만9천5백원에 마무리됐다.신세계백화점 백승원대리(33)는 “올 연말에 결혼할 계획인데 우리사주를 팔면 경제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싱글벙글.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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