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37분 단기매도 신호발생…매수자제!”
잡담이 오가던 채팅방에 사이트 운영자가 보낸 ‘경계경보’가 떴다.
이때 종합주가지수는 782. 채팅방을 이용하던 주식투자자들은 경계경보의 지침에 따라 추가매수를 삼갔다. 그뒤 주가지수는 29포인트 이상 빠졌다.
요즘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투자자들중 상당수는 증권사 객장이나 증권거래소 공시실을 찾지 않는다. 인터넷에 개설된 증권 관련 사이트를 이용해 투자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한쪽 창에는 홈트레이딩, 다른 쪽 창에는 투자정보난이 마련돼있어 즉석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신속히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점도 매력 요인.
★어떤 사이트가 있나★
검색엔진인 네이버 (www.naver.com)엔 53개의 증권투자 관련 사이트가 등록돼 있다. 네이버에 등록되지 않은 것도 1백여개를 넘는다. 각 증권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도 인기.
사설 사이트로서 사이버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는 히트건수가 1백만건을 돌파한 ‘인베스트먼트카페’와 60만건을 넘어선 ‘팍스캐피탈’ 등이 있다.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나★
사설 사이트의 주요메뉴는 시황분석과 추천종목. 기사 공시 통계자료 등도 있다. 오전장과 오후장을 마칠 때 시황분석자료를 올려 투자자들의 판단을 돕는 사이트도 있다.
팍스캐피탈이 개설한 온라인 채팅방에선 4백여명이 한꺼번에 참가해 자신의 매매결과를 밝히기도 한다. 참여자들간에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도 한다.
미국인 그레고리 바튼이 개설한 ‘바튼스 아시아 증시차트’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트다. 수년간의 자료를 분석하는 외국인 특유의 장기적인 시각이 돋보인다. 일주일에 한번씩 자료를 올리는데 무료회원에 가입하면 주중에도 중요한 변동이 발생할 때마다 E메일을 보내준다.
★어떻게 운영되나★
사설사이트 개설자 대부분은 앞으로 유료증권정보제공(IP)사업을 하려는 사람들. 현재 대부분이 무료지만 이용자가 많아지면 유료화할 가능성이 많다. 사이트운영자가 공간을 제공하고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시황과 추천종목에 대한 글을 올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글을 올리는 사람은 ‘안데르센’ ‘정도’ ‘백의장상’ 식으로 필명을 쓰는데 이중 일부는 ‘프로 같은 아마추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 월가에서 투자은행에서 몸을 담았던 투자자, 해외 유수 경영대학원 석사(MBA)출신, 10년 이상의 투자경력자 등 웬만한 증시분석가나 펀드매니저 뺨치는 사람도 있다.
팍스캐피탈의 경우 이용자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3천만원선으로 상당액에 이른다. 이용자의 접속시간은 두세시간이 많고 주식투자를 업으로 하는 전업 데이 트레이더들은 하루종일 접속하기도 한다.
★유의할 점★
몇몇 사이트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주가조작세력이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 일부 사이트의 경우 이용자의 투자원금 총액이 1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몇몇 유명 필자가 추천한 종목의 값을 조금만 띄우면 엄청난 매수세가 붙는다는 것.
이용자들이 추천종목을 매수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작전세력이 주식을 팔고 빠지면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 한 전업 트레이더는 “종목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목표가격대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글은 이용자들이 잘 걸러서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