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증권硏원장『주식은 도깨비 방망이 아니다』

  • 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43분


최근 주식시장의 상황에 대하여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경제여건상 호황을 구가하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주가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여러가지로 부작용이 염려된다.

특히 농민들이 논을 팔고 소를 판 돈으로 주식투자에 나서고 빚얻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항간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상당히 걱정스러운 현상임에 틀림없다.

합리적인 근거없이 분위기에 편승하여 생긴 주가의 거품은 반드시 꺼지게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소액 투자자와 초심자들이 더 큰 희생자가 된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10년 전에도 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포항제철 등 국민주가 보급되고 ‘상장기업 1천개’를 목표로 정책당국이 자본시장 육성의지를 표명한 후 전국은 증시열풍에 휩싸였었다.

필자를 포함한 학계 인사들은 당시 전국 32개 도시를 순회하며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투자자는 많지 않았다.

결과는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증시는 하락국면으로 돌아서 많은 국민은 쓰라린 경험을 했다. 재산을 탕진한 몇몇 투자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돈이란 수익을 찾아 물 흐르듯 가게 돼있다. 그 흐름을 막으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시중의 돈이 갈 곳은 주식과 부동산밖에 없다. 만약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 투기가 일어나면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는 일순간 무너지게 되고 경제체질은 더욱 허약하게 되고 만다. 결코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이렇게 보면 현재 증권시장의 호황은 국가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측면을 갖고 있다. 주가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자본비용을 인하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순기능을 한다.

기업의 부채비율을 축소하여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구조조정이 잘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유상증자가 무리없이 소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 증시의 호황국면이 유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투자할 때 지켜야 할 기본에 충실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느냐가 문제이다.

투자에는 결코 공짜가 없다. 높은 수익에는 반드시 높은 위험이 수반된다는 의미다. 그 위험을 자기 스스로 감당해야 하며 어느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정부도 인위적으로 증시부양책을 쓸 수 없다. 섣불리 개입해 주가를 띄웠다가는 선물 옵션시장 투자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고도의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빚을 얻어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신용투자를 한다면 주가폭락시 또다시 ‘깡통계좌’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소지가 크다.

증권시장에서 개인들은 기관투자가와 경쟁하여 이길 수는 없다. 기관투자가들은 전문가 집단을 확보, 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해 분석한다. 운용하는 자금규모도 개인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소규모 자금으로 이미 알려진 정보만을 이용해 투자한 개인들이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일찍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직접 투자하는 대신 투자신탁이나 뮤추얼펀드 등 간접투자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투자자들에게도반드시여유자금으로투자하되투자자보호장치가비교적잘돼있는 간접투자상품을이용할것을권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주식투자에 지나치게 낭비하는 정력을 각자 본업에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경제의 안정기조가 정착되고 기업의 실적이 올라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투자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최문열 (증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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