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않는 주식열풍]고액 투자자도『증시로』

  • 입력 1999년 5월 17일 19시 28분


철저하게 안전한 은행 상품을 고집하며 좀처럼 ‘곁눈질’하지 않던 고액예금주들이 불붙은 주식시장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증시로 모여들고 있다.

주로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 비과세상품에 돈을 맡기던 이들은 ‘더이상 앉아서 손해볼 수만은 없다’며 직접 주식에 투자하거나 투신사의 간접투자상품을 찾아나섰다.

업계 최초로 VIP고객 전용지점으로 설립된 현대투자신탁증권(구 국민투자신탁) 서울 명동지점 정규찬(丁奎燦·38)대리는 “개점 3개월만에 8백명의 고객을 확보해 1천4백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며 “40∼50대 주부가 전체 고객의 80%선에 이른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투자 선호〓서울 중구 명동에서 15평 남짓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 남편과 사별한 뒤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하며 모아둔 10억원은 그에게 ‘피’같은 돈이다. A씨는 이 돈을 여러 은행에 나눠 세금우대 예금을 들어 두었다.

주식투자는 생각지도 않았던 A씨는 지난해 가을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하며 두 딸을 키우는 이웃 아주머니로부터 “지금 주식시장에 투자하지 않으면 두고 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1천5백만원을 꺼내 주식을 샀다.

▽탐색전부터 시작한다〓지난해 영업정지를 당한 모 종금사의 부장출신 B씨는 10여년전 직접 주식투자를 해보았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B씨는 그후 은행과 종금사를 이용해왔다.

주식투자 성공담이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B씨는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평생 모아 둔 돈과 퇴직금으로 받은 5억원을 선뜻 투자할 만한 자신이 서지 않았다. B씨는 3월 일단 2천만원을 투신사의 스폿펀드(일정기간 계약기간을 설정하고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곧바로 해지되는 상품)에 3개월 계약으로 투자해보았다.

불과 2주만에 목표수익률을 채워 2천2백40만원을 받아든 B씨는 은행에 넣어두었던 돈까지 모두 투신사의 간접투자상품에 몰아 넣었다.

여유자금 1억원정도를 굴리고 있는 30대주부 C씨도 경영학교수인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5천만원을 투신사의 간접상품에 넣어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C씨는 “은행에 1년을 예금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을 10여일만에 받고 보니 남편이 신문의 경제기사를 오려다주며 투자를도와주고있다”고말했다.

주가가 며칠째 빠지는데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C씨는 “주식활황세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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