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1일 이후 5일동안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1백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는 바람에 유상증자 발행가(공모가)보다 시세가 밑돌거나 비슷해지는 종목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6월중에는 64개 상장사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규모인 64조원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어 주가 조정이 계속 이어질 경우 대량 실권사태가 발생,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 발행가는 통상 시세보다 20∼30% 할인된 가격으로 결정되는데 주가하락으로 시세가 발행가를 밑돌거나 비슷해지면 주주들이 청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정기간이 좀더 길어져 증자 이후에도 증자 실시전 주가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판단되면 대량 실권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증권가는 우려하고 있다.
17일부터 청약에 들어간 해동상호신용금고는 17일 현재 주가가 4천2백55원으로 신주 발행가인 5천원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해동금고 구주주들이 17일 하루동안 신청한 청약주수는 50여주에 불과했다고 주간사 증권사인 LG증권측은 밝혔다.
또 24일부터 이틀동안 청약을 실시하는 고려산업개발의 경우 18일 현재 주가가 5천2백원으로 발행가 5천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 회사 주가는 11일만 하더라도 주당 6천2백원으로 발행가보다 24%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증권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시세가 발행가에 근접하는 종목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상증자 자체가 악재로 작용해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음달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 발행가를 정하지 못한 기업들은 주가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실권 사태를 막기 위해 발행가를 낮출 것으로 보여 당초 계획했던 자금조달 규모가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달초만 하더라도 유상증자가 악재로 비춰지지 않았고 기업들도 증자실패를 걱정하지 않았으나 주가급락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며 “일부 우량기업의 경우 적정 주가수준을 만들기 위해 주가관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