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관계자는 21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대우에 자동차 운영자금 등을 융통해주는 대가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유가증권 등을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도 “3천억원 정도를 빌려주고 대우자동차 지분 25% 정도를 넘겨받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의 대우자동차 지분 인수가 공식적인 자동차 지분참여가 될지 혹은 운영자금 대출에 대한 일종의 담보 성격을 지닌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빅딜 타결의 마지막 걸림돌〓이달초 삼성과 대우가 세동경영회계법인의 중재안을 토대로 자산가치에 합의할 때만 해도 기나긴 빅딜협상의 ‘종착역’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삼성차의 자산가치를 뺀 2조원대의 순부채 처리를 둘러싸고 금융감독원과 채권단 삼성간에 갈등이 커지면서 협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떠안아야 할 부채규모가 확정되지 않자 삼성은 협력업체 배상협상을 중단했고 협력사들은 부품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차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자연스레 운전자금 융통문제도 ‘공중에 떠버린’ 것.
양측은 3월22일 ‘삼성차 인수를 위한 잠정합의’를 통해 SM5 생산을 위한 운전자금을 삼성이 빌려주기로 합의했지만 실사 및 설비가동을 점검하기 위한 대우측 인수팀은 이미 지난주 철수한 상태.
▽‘일괄타결’이 유력〓따라서 삼성의 대우차 지분양수는 부채처리 문제와 긴밀하게 얽혀있다.
대우자동차의 총자본금은 1조2천억원. 대우중공업 ㈜대우 대우통신 등 대우계열사들이 9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측에 25%대의 지분을 넘기더라도 대우의 경영권 행사에는 지장이 없다. 삼성관계자는 21일 “조만간 금감원 및 양 그룹 실무진이 의견을 절충한 뒤 최고위층간 회동을 통해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건희(李健熙)회장과 삼성전자 삼성전관 등 삼성자동차 주주사들이 부채 일부를 떠안되 채권단에 마찬가지의 고통분담(출자전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역시 ‘삼성’이란 브랜드 값에 현혹돼 무보증으로 수천억원씩 빌려줬기 때문.
그러나 채권단과 정부가 대출금의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데다 삼성계열사 소수주주 및 투자가들의 반발이 예상돼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박래정·금동근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