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종합주가지수는 개장초 699선까지 밀리다가 선물가격이 상승하고 싼값에 주식을 사려는 매수주문이 들어오면서 전날 종가보다 1.89포인트 상승한 710.49로 장을 마감했다.
가파른 하락세가 일단 멈췄지만 반등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은 듯. 오히려 최근 조정국면의 하락저지선을 700선에서 650선으로 낮춰잡고 조정기간도 좀더 길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는 증권전문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반등할 때 보유주식을 팔고 당분간 쉬라”고 조언했다.
이날 증시에선 전날 주가폭락을 촉발했던 엔화환율 상승세(엔화가치 하락)가 이날 일본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의 ‘구두 개입’ 발언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투매심리는 일단 진정되는 모습.
장중 한때 700선이 무너지자 조정국면의 저점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한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사자’주문을 꾸준히 내놓았지만 위축된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환율불안이 최대악재〓국내 주식시장이 충격에 사로잡힌 것은 국내외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20일 일본 엔화환율이 급등세를 탔기 때문. 특히 엔―달러환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달러환율은 하락해 원―엔환율이 1백엔당 9백60원대로 떨어지자 주식 투매양상도 나왔던 것.
증권전문가들은 “수출기업의 수익분기점으로 여겨져온 1백엔당 1천원의 교역조건이 붕괴되면서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수출전선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 대장상의 구두개입으로 엔환환율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지만 작년말 이후 형성돼온 1백15∼1백24엔대의 박스권이 깨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우(李鍾雨)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미국과 일본간 금리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엔화환율의 상승세를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관망세로 돌아선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 이들은 지난달 1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해 800선을 돌파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으나 이달들어 20일까지 순매수는 2천7백억원에 불과, 주도세력으로서의 자리를 내준 상태다.
▽추가하락 가능성〓대우증권 이위원은 “엔―달러환율이 1백30엔대까지 상승할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65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음달 유상증자 물량이 8조원에 달하는 것도 부담되지만 삼성전자 등 시장주도주의 주식값이 연일 약세를 보이면서 조정기간이 좀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경제연구소 박만순(朴萬淳)수석연구원도 “‘엔화충격’ 등 해외악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제 더이상 700선을 조정국면의 지지선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