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신경영」선언 어디로 갔나?…7·4제 유명무실

  • 입력 1999년 6월 7일 19시 49분


『처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보자.』

7일로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이 ‘신경영’을 천명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6주년을 맞았다. 당시 이회장은 계열사 사장단을 모아놓고 “나부터 변해야 살아남는다”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이건희 신드롬〓이회장의 ‘신경영’은 ‘신한국’ ‘신경제’를 내세웠던 김영삼(金泳三)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공무원들은 물론 청와대까지 삼성에서 연수를 받기도 했다.

신경영 선언 후 삼성은 한동안 대내외적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신경영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삼성전자가 94년에 2백56메가D램을, 96년에는 1기가D램을 잇따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나 결과야 어쨌든 당시 자동차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신경영 바람 때문이라는 평이다.

▽신경영의 변질〓신경영의 가장 상징적인 제도인 7·4제(조기출퇴근제)는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7·4제의 근본 모토는 삶의 질 향상을 통해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지만 ‘일 더하기’ 분위기 탓에 일찍 출근하고늦게퇴근하는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털어놓았다.

국제화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키울 목적으로 시행했던 지역전문가제도도 마찬가지. 94∼97년까지 피크를 이뤘으나 IMF로 지난해 전면중단됐다. 더구나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키워놓은 인력 가운데 20%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의 선택은?〓삼성은 가장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수행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분사(分社)와 인력 감축 등으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연봉제 확대 실시로 연공서열을 없애는 노력을 감행했다. 재계에선 ‘신경영’보다 오히려 IMF가 삼성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재벌 개혁의 핵심인 지배 구조의 개선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21세기를 코앞에 둔 지금 과연 삼성이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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