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大生입찰 포기…한화 유력후보 부상

  • 입력 1999년 6월 7일 23시 45분


LG그룹이 대한생명 인수를 포기했다.

LG는 대한생명 2차입찰 마감일인 7일 오후 늦게까지 입찰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결국 불참키로 결정했다.

반면 한화그룹은 김승연(金昇淵)회장이 직접 오후5시 금융감독위원회에 입찰제안서를 제출,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LG 왜 포기했나〓LG가 입찰에 불참한 것은 최근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잇따라 LG의 대한생명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 LG는 5대그룹의 사업확장이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뜻으로 해석해 이에 따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 기류와 관련, 정몽헌(鄭夢憲) 현대그룹회장도 7일 “한국중공업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 재벌그룹들이 잇따라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신규사업 진출을 보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는 대한생명의 인수가격도 LG가 입찰에 불참한 직접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지난달 8일 1차 입찰에서 3조원의 부실을 안고 있는 대한생명에 대해 △LG 1조원 △차입 1조원 △공적자금 1조원씩 부담하는 내용의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금감위는 “인수자 부담이 2조원은 돼야한다”며입찰을유찰시킨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2조원 이상을 부담할 경우 대한생명을 인수해도 수익성이 없다”고 말했다.

▽한화, 유력한 대생 인수후보로〓한화그룹은 그룹총수가 입찰제안서를 직접 제출한데 대해 “회장이 책임지고 대한생명 인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며 강한 인수의지를 표명했다.

김회장은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면서 “한화그룹 계열사 3곳과 일본의 대형 보험사 두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며 “대한생명을 인수할 경우 한화그룹이 지분 49%를 갖고 경영권을 확보하며 일본계 2개사가 각각 40%와 11%의 지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장은 일본계 보험사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내 최대보험사인 삼성생명보다 규모도 크고 역사도 긴 곳”이라며 투기성 자금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회장은 또 인수가격에 대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정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 금감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2조원)에 가깝게 써냈음을 시사했다.

▽입찰 둘러싸고 소문 무성〓재계는 그동안 LG그룹을 제외하고는 대한생명을 제대로 이끌어갈만한 인수자가 없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한화가 갑작스레 2차입찰에 참여한데 대해 “정부의 지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지난주 이헌재위원장이 일본을 방문한 것도 한화그룹의 일본계 자금유치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한화의 입찰참여는 정부와 최순영(崔淳永)대한생명회장 사이의 ‘모종의 빅딜’에 의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한화로 하여금 대한생명을 인수하게 한 뒤 원래의 오너인 최회장에게 되돌려주려 한다는 것.

한화측은 입찰참여 배경에 대해 “2차입찰의 유찰을 막고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영이·정경준기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