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조사결과]조폐창 통폐합 3대의혹 증폭

  • 입력 1999년 6월 9일 18시 37분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검공안부가 주재하는 공안합동수사본부 실무자회의 직후 조폐공사측 입장이 급선회한 것으로 9일 밝혀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조폐공사 관장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당시 ‘조폐창 통합에는 4년10개월이 소요된다’며 조기통폐합에 사실상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밝혀져 지난해 강행된 조폐창의 조기통폐합 배경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

▼시민단체 조사결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4개 단체가 참여해 올해 2월 한달 동안 옥천조폐창 폐쇄과정을 현장조사한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공사측은 지난해 9월18일 대검공안부 주재로 열린 공안대책회의 직후에 180도 입장을 바꿔 갑자기 조폐창 조기통폐합안을 내놓았다는 것.

이날 열린 공안대책회의에서는 “강성인 조폐공사노조가 상습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공권력 투입방침을 밝히는 등 강경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에 참여했던 박석운(朴錫運·44)노동정책연구소장은 “공사측은 노조의 계속된 요구에도 임금체불문제를 해결하지 않다가 9월 23일경 갑자기 노조측에 체불임금을 모두 지급한 뒤 24일 그동안의 공사측 입장과 정반대되는 조기통폐합안을 들고 나왔다”면서 “공사측의 입장이 워낙 엉뚱해 당시에도 다른 ‘뒷 배경’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말 해고자복직문제로 두차례 강희복사장을 단독면담했던 김형림노조부위원장은 “당시 강사장이 ‘나 혼자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 위에서 결정한 일이어서 내가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며 ‘외압’내지 ‘조율’이 있음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진전대검공안부장이 7일 일부 기자들에게 “노조가 너무 일찍 손을 들고 나와버려 싱겁게 끝났다”고 한 발언과 같은 내용의 말을 공사 간부들이 여러차례 했던 것으로 밝혀져 ‘검찰의 파업유도’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1월18일 노조가 업무에 복귀해 경산창으로 갔지만 사측이 숙소와 작업준비도 해놓지 않은 데 대해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자 공사간부들은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이렇게 빨리 업무에 복귀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는 것.

▼재경부 입장▼

재경부는 당시 조폐공사의 설명을 들어 기획예산위에 통폐합반대를 건의했다.

또 조폐공사는 민간연구소인 한국산업경제연구원에 의뢰, 작성해 기획예산위에 제출한 ‘경영혁신안에 대한 검토의견’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옥천창을 경산창으로 통합할 경우 설비 이전에만 8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데 비해 옥천창 매각대금은 30억원 정도에 불과해 자금조달이 곤란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선대인·송평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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