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산층 지원용」 추경예산 편성 결정

  • 입력 1999년 6월 9일 19시 30분


정부가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 등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당초방침을 바꿔 중산층지원용 2차 추경예산편성 방침을 밝히자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좌우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정책이 점점 정치논리에 오염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경제난 극복과 재도약작업도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9일 올 하반기에 추경편성을 하지 않겠다던 당초 입장을 바꿔 2조원 규모의 중산층지원용 추경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재경부의 이같은 추경예산 편성방침은 정치권의 요구에 따른 것이어서 앞으로도 각종 정책이 정치권 주문에 뒤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은 지난달말 취임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이미 2조7000억원의 1차 추경예산 편성을 했기 때문에 추가 활성화대책이나 추경예산 편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또 “추가로 재정에서 경기를 떠받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회의측으로부터 주례보고를 받으면서 “경제회복으로 늘어난 세계잉여금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강장관의 발언은 일순간에 퇴색했다.

결국 청와대 관계자와 8개 관련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근경(李根京)재경부 차관보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강봉균경제팀은 중산층 육성과 서민생활 보호를 위한 추경예산편성을 협의했다.

이차관보는 “강장관이 최근 하반기에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는 없다고 말한 것은 재정으로 뒷받침되는 경기부양책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중산층 서민생활 보호를 위한 재정지출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추경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어 이차관보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운용에서 가장 우려됐던 점이 정치논리의 경제지배”라며 “급속한 경제성장 증시 활황 부동산 경기 활성화 등으로 인플레우려가 제기되는 마당에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두차례에 걸친 추경예산편성으로 시중에 통화가 많이 풀릴 경우 유동성 과잉으로 경기에 거품발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주문이 나오자 불과 열흘만에 경제정책기조가 바뀌어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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