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창 파업공작 의혹]年58億 손해보는 통폐합은 왜?

  • 입력 1999년 6월 9일 19시 30분


한국조폐공사가 조폐창 통폐합을 서둘러 추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 유도’ 발언과 관련, 조폐창 통폐합 추진과정에 여러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되고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통폐합 결정과정▼

공사측은 당초 옥천창을 경산창으로 이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공사측은 지난해 7월21일 기획예산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통합을 할 경우 당해 연도에 약 18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며 통합 이후 매년 약 58억원의 지속적인 손실이 예상돼 경제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산업경제연구원도 94년 경영분석 결과 옥천창을 경산창으로 통합하는 방안은 7개 구조조정 방안 가운데 타당성 순위 6위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위는 7월30일 2차 공기업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2000년까지’ 조폐창을 통폐합하라는 방침을 정했다.

그뒤 노사정위원회 공공특위에서 공사측이 참여한 가운데 시한을 ‘2001년’으로 늘려 잡았다. 그런데 10월2일 공사측은 경영조정회의를 열고 ‘느닷없이’ 99년 2월까지 조폐창을 통폐합하기로 결의했다.

양승조 당시 기획관리본부장은 “그동안 노조측과 임금협상 과정에서 인건비 절감을 통한 구조조정방안을 관철하려 했으나 노사협상이 결렬돼 남은 방법은 조폐창 통폐합밖에 없었다”고 경위를 밝혔다. 그러나 “통합에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라며 여운을 남겼다.

▼정부방침 변경여부▼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통폐합 시한을 앞당긴다는 것을 미리 알고는 있었으나 그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구조조정에서 꼴찌를 하면 사장을 문책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 강희복사장이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조폐창의 조기 통폐합은 기획예산위 등 유관부처와의 협의결과 나온 정부방침이라기보다는 강사장 개인 또는 검찰과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 민변 등 4개 단체로 구성돼 올해 2월 한달동안 옥천조폐창 폐쇄과정을 현장조사한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공사측은 지난해 9월18일 대검공안부 주재로 열린 공안합수부회의 직후 180도 입장을 바꿔 갑자기 조기통폐합안을 내놓았다고 밝혀 그 진위여부가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선대인기자·대전〓이기진기자〉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