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먹구름」/남북경협?]대기업 「돌출악재」 긴장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16분


남북한 교전사태는 정부의 ‘햇볕정책’을 타고 대북경협사업 속도를 높여온 대기업들을 잔뜩 긴장시켰다. 현대 삼성 등은 겉으로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대북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였으나 ‘경협 시간표’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표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총격전이 벌어진 15일 현대와 삼성그룹은 대북 경협팀을 북한과 중국 베이징(北京)에 내보낼 예정이었다. 두 그룹은 “서해안 사태와 대북 사업은 별개”라며 일정을 강행했다.

현대의 남북경협을 전담하고 있는 현대아산 대표단 6명은 이날 오전 10시 비행기로 베이징으로 떠났다. 이들은 16일부터 19일까지 북한측과 ‘금강산 개발 6개월’ 종합토론회를 가질 예정.

현대의 금강산 관광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일부 관광객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날 오후 6시 봉래호가 승객 600여명을 태우고 동해항을 떠나 북한 장전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 소속 듀크호 충돌로 풍악호 출항이 무산된 전례를 들어 “자꾸 이런 일이 터지면 대북사업에도 좋을 건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윤종용(尹鍾龍)삼성전자 사장 등 16명의 방북단이 낮 12시반 북한 국적 고려민항기에 탑승, 평양에 들어갔다.

방북단은 7일간 북한에 머물면서 컬러TV 등 위탁가공 생산과 수산물 교역 사업 방안을 협의할 계획. 삼성측은 “방북단이 김용순 아태위원장을 만나고 올 것”이라는 등 상당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대북사업 첫 출발 단계부터 불의의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삼성은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 베이징 지점에 긴급공문을 보내 정확한 상황과 총격전 발생 배경 등을 파악토록 지시하는 등 자체 정보망을 풀 가동하고 있다. 남포공단에서 의류공장을 운영중인 대우와 평양 근교 공장에서 TV 조립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LG는 “이렇다할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향후 사업확대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북 교역 전문가는 “이번 사태로 숱한 변수와 암초가 잠복한 남북경협사업의 속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각 그룹들이 대북 프로젝트에 대해 좀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재·홍석민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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