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주들의 힘이 커지면서 총수 등 기존 대주주들의 재량권은 두드러지게 위축됐으며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적잖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22일 현재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개입이나 간섭 행위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장사로는 SK텔레콤 삼성전자 삼성전관 동화면세점 등이 꼽힌다. 외국인 주주들은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유상증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인한 주식가치 하락 등 재산상 손해를 막기 위해 정당하게 경영에 개입하고 있지만 해당사에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한다.
SK텔레콤은 공식지분 6.6%를 포함한 1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타이거펀드가 유상증자에 반대해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자 18일 이사회를 열어 8월27일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다.
이번 주총의 안건은 손길승(孫吉丞)대표이사 회장의 해임 여부. SK측은 “유상증자 결의가 합법적 절차를 거쳤고 대표이사 해임건이 주주들의 3분의2 찬성으로 이뤄지는 사안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외국인 지분이 각각 47%인 삼성전자, 41%인 삼성전관은 이들의 반발을 우려해 삼성자동차의 부채를 분담하겠다고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낮다면 이들 회사는 이미 부채를 분담해 삼성차 빅딜도 쉽게 해결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삼성전자가 5% 이하 지분을 가진 상위 10개 기관을 참여시켜 사외이사(2명) 추천위 구성을 추진하는 것도 외국인 주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입김이 세지자 외국인 지분 38%의 LG화학 등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들은 지분 변동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의 견해는 존중돼야 하지만 그들 역시 이해가 엇갈릴 때 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이에 승복하겠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