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對北사업 갈림길에…이미 수억달러 송금

  • 입력 1999년 6월 22일 19시 26분


현대의 ‘금강산 프로젝트’가 사업 시작 7개월여만에 중대기로에 섰다. 관광객 억류 사태에 대해 현대는 “금강산 개발사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낙관하면서도 대북사업 전반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했다.

현대가 무엇보다 노심초사하는 대목은 대북사업을 둘러싼 국내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을까 하는 점.지금까지 현대의 대북사업은 국민과 정부로부터 우호적인 시선을 받으면서 추진돼왔다. 서해안 교전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민여론이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낸 것은 금강산 관광이 남북화해의 가시적 상징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영미씨 억류사태는 이같은 국내여론의 지원을 일시에 흔들어버릴 수 있다는 염려를 낳고 있다. 정부도 전례없는 강경 입장이고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민도 금강산 관광을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사업이 무엇보다 여론과 분위기에 많이 좌우되는 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분위기 반전은 현대에 큰 타격이다.

이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뿐만 아니라 금강산 종합개발과 다른 대북사업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는 금강산관광의 대가로 총 9억4200만달러를 주기로 하고 이미 1억5000만달러 가량을 송금한 상태. 또 내년까지 3억9700만달러를 투입, 온정리와 장전항 통천지구 등 금강산 일대에 골프장 스키장 콘도 해상호텔 등을 건설하는 ‘금강산 종합개발계획’을 확정해 놓고 있다. 그후에도 약 3억달러를 들여 골프장 스키장 등 대규모 위락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는 이같은 ‘시간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근본적인 의문표를 던졌다. 자칫 막대한 돈을 투자만 해놓고 철수해야 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당장은 내달 12일로 예정된 농구단 방북의 성사 가능성도 의문시된다. 연내 서해안 공단 개발에 착수해 100만평을 일단 조성한다는 계획도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다.

북한을 상대로 한 사업이 얼마나 돌발변수에 취약할 수 있는 지를 이번 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현대아산 고위관계자는 “북한도 금강산 개발사업 등으로 얻을 게 많기 때문에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윤규(金潤圭)사장이 북한측으로부터 “서해사태 등 정치상황과 남북경협은 분리처리한다”는 입장을 통보받고 온지 불과 하루만에 관광객이 억류되자 “대북사업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며 당혹한 표정들이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서해사태나 현대해상 듀크호 충돌사건 등은 외부요인이었던 데 반해 이번 사건은 금강산 관광 자체의 안전성이 흔들리는 일이란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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