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된 민영미씨 외에도 금강산 관광객들은 크고 작은 ‘실수’로 벌금을 물었다.
현대상선 집계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난해 11월18일 이후 지금까지 벌금을 낸 것은 모두 96건.
벌금은 대개 △지정 장소 이외에서 사진촬영 및 흡연 △환경감시원 촬영 △쓰레기 무단투기 △김일성 부자와 관련된 비문에 걸터앉는 행위 등이 원인이 됐다. 벌금은 대개 15∼30달러 수준.
쓰레기 투기나 지정장소외 흡연은 남한 유원지에서도 금지하는 경우가 있지만 북한의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조항이 적지 않다.
한 여성관광객은 올 3월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벌금을 냈다. 북한측에 전달된 서류에는 ‘무직’이라고 썼으나 입북 과정에서 직업이 있다고 털어놓았다가 벌금을 낸 사람도 있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적발돼’ 벌금을 문 사람도 많았다. 한 관광객은 북측 관리원과 대화하다가 “자본주의가 훨씬 살기 좋다”고 말했다가 5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북한은 벌금 부과 및 징수의 근거로 자체적으로 마련한 ‘관광세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시비, 북한 사회질서와 도덕 생활풍습을 문란케 하는 발언, 군인 주민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얘기를 나누는 행위 등이 벌금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다. 범위가 넓고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커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은 조항들이 많은 게 특징. 금강산 관광객들이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명재·금동근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