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중공업 채권단이 정한 채무변제시한이 이달말로 다가왔으나 마땅한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매각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채권단은 파산을 막기 위해 채무변제시한연장을검토하고있지만 자칫 ‘제2의 한보철강’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속타는 채권단〓한라중공업은 97년말 부도이후 미국 투자회사인 로스차일드를 끌어들여 국내외 조선업체 100여개사와 매각협상을 벌여왔으나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초 3월말이던 채무변제시한을 6월말로 연장받았으나 이달말까지도 채무 7500억원을 갚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채무변제시한을 넘기더라도 한라를 파산시키는 것은 채권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라의 처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유일한 대안은 현대〓매각협상이 난항을 겪자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한라를 인수해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현대는 세계 최대조선소이자 한라의 형제그룹인데다 한라중공업에 대해 외상채권 1200억원 등 3500억원 가량의 채권을 갖고 있기 때문.
정인영(鄭仁永)한라그룹명예회장도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을 만나 한라 인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측은 그러나 “세계 조선업계가 이미 과잉상태에 이르렀고 한국중공업 민영화 참여 등으로 한라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대가 한라에 막대한 채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인수가격 등 조건에 따라 매각협상이 성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치적 해결여부 관심〓채무변제시한이 임박하자 한라중공업이 있는 전남 영암과 목포지역에서는 정부가 한라 정상화를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탄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라중공업이 96년말 1조10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삼호조선소는 목포 경제의 60%를 차지할 만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
실제로 연간 150만t 건조능력을 갖춘 삼호조선소는 IMF와 부도사태로 현재 가동률이 50%선에 그치고 있는 실정. 그동안 수주도 부진해 1년 정도의 일감 밖에 남지 않았으며 올들어 건조계약을 맺은 7, 8건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이 환급보증을 해주지 않아정식계약을맺지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라중공업 처리가 장기화되면 정부가 직접 나서 현대를 끌어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을 점쳤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