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때인 98년 1월 1조5000억원의 출자가 이뤄졌고 97년11월, 98년7월 두 차례에 걸쳐 성업공사가 매입한 부실채권 2259억원까지 합치면 모두 7조원이 넘는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셈.
여기에 제일은행 해외매각이 성사될 경우 앞으로 발생할 부실까지 정부가 일정부분 떠안아야 할 형편이어서 공적자금이 추가로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는 형편.HSBC와 벌이고 있는 서울은행 매각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어 결국 제일은행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에선 두 은행을 완전히 마무리지으려면 20조원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적자금 추가투입 배경〓금융감독위원회는 25일 정례회의를 열어 제일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5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해 증자와 부실채권 매입에 쓰기로 결의했다. 투입시기는 다음달 10일경.
제일은행은 현재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여서 은행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는 상태. 작년말 485억원이던 자기자본은 현재 마이너스 1조5000억원. 여신한도 감축으로 기존대출의 만기연장 외에 신규대출을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2만여개에 달하는 거래기업들은 신규자금이 필요할 경우 다른 은행을 찾아가야 하고 우량고객들도 거래처를 바꾸고 있는 실정.
▽매각지연이 부실 불렀다〓전문가들은 정부의 자세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박사는 “협상을 너무 질질 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소속직원의 불안감이 커지고 고객들이 떨어져나가는 ‘운영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의 경우 기업매각은 속전속결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정부가 협상주체로 나선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장사꾼’인 뉴브리지에 비해 ‘세상물정 잘 모르는’ 관료 몇사람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상대 페이스에 말려 진척이 없다는 것.
특히 뉴브리지와 협상을 계속한다 해도 이번 공적자금 투입으로 매각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매각의 조기성사는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일각에선 연내 매각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적자금 바닥난다〓당초 정부가 금융구조조정 지원자금으로 책정한 공적자금 규모는 64조원. 이 가운데 이미 45조3000억원을 쓰고 18조7000억원이 남아 있다. 제일은행에 또 공적자금이 들어가면 13조2000억원만 남는다.
그러나 앞으로도 서울은행 경영정상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인한 은행 부실채권 증가, 대한생명 매각 등에도 20∼30조원의 공적자금이 들 것으로 보여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