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 억류 다음날인 21일 김고중 ㈜현대아산 부사장이 아태평화위원회측에 민씨 석방을 간곡히 요청하는 정명예회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본격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북한당국에 합의위반이라며 강경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난관에 부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측은 23일 오후 정명예회장 일가를 제외하고는 현대측 최고책임자인 김윤규 ㈜현대아산사장을 베이징에 급파함으로써 북한측과의 협상에 성의를 보였다.
김사장이 24, 25일 아태평화위원회측과 어떤 협상으로 민씨 석방을 유도해냈는지는 아직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 김사장이 서울 본사에 “아태평화위원회측이 언론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므로 베이징에서 연락하기 전에는 묻지도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
다만 민씨석방 사실이 발표된 후 베이징 협상팀은 “정부의 도움이 컸다”고 알려와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모종의 역할을 했음을 암시했다. 이번 협상은 현대와 아태평화위원회가 접촉하는 형식이었지만 실제로는 대북지원사업을 둘러싸고 남북한 정부간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태평화위원회측은 25일 민씨석방 성명에서 “남조선 동포들의 심정과 현대와의 관계를 고려해 (민씨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이는 현대측의 적극적인 노력과도 관련됐다”라고만 밝혔다.
또 4월 발생한 현대상선 듀크호와 북한 만폭호의 충돌사건에 대한 보상도 협상에 일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만폭호는 이번 사건과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민씨 억류 이틀 후인 22일 김충식 현대상선사장이 베이징으로 가서 만폭호 문제를 협의하고 돌아왔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