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車 법정관리 신청]법인은 청산…자산은 제3자에

  • 입력 1999년 6월 30일 19시 59분


6개월여를 끌어온 삼성자동차 처리문제가 결국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의 대규모 사재출연과 법정관리로 막을 내릴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불명예를 당했고 대우도 대우전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부실에 빠지는 등 과잉중복 투자와 빅딜 무산의 후유증은 엄청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치논리 개입으로 문제 꼬여〓삼성차 빅딜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대우전자와 맞교환한다는 당초 구도가 ‘삼성차 선(先)정리’로 선회하면서부터. 삼성의 대우전자 인수불가론과 삼성자동차를 고사시킬 수 없다는 지역논리가 먹혀든 결과였다. 대우전자와의 맞교환이 성사됐다면 4조원대 부채처리는 훨씬 쉬울 수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가동을 전제로 하는 빅딜협상을 벌이다 보니 양그룹간 이해다툼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자동차 자산매각 가능성〓삼성과 정부가 합의한 삼성차 정리안은 법정관리를 통해 법인을 청산하되 자산만 제삼자에게 넘기겠다는 것. 채권단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으나 자산 원매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정부는 부산공장 처리를 당사자인 삼성과 대우가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는 “굳이 삼성차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본업체나 중국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미국업체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으나 부산공장의 비싼 땅값과 지반침하설 등으로 인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자산매각이 어려우면 금융단의 채권회수가 힘들어지고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은 특혜시비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대우의 행로〓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대우 자금문제와 자동차 빅딜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삼성에 제시한 중재안은 대우가 삼성차 부채를 떠안는 대신 2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받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이같은 정부의 복안이 삼성차 법정관리로 무산됨에 따라 대우의 향후 구조조정과 현금흐름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자동차 일지◇

△93년6월 삼성그룹 승용차사업 진출 공식 발표.

△94년12월 정부, 삼성차 진출 허용.

△95년3월 삼성자동차 설립.

△98년2월 SM시리즈 신차 발표.

△10월 기아자동차, 현대에 낙찰. 삼성, 독자경영 의지표명.

△12월 삼성차 빅딜 추진 공식화.

△99년1월21일 삼성―대우 회장, 조속한 빅딜처리 합의.

△2월3일 양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선인수 후정산 합의.

△3월22일 양 그룹 회장 삼성차 잠정인수 합의.

△5월12일 정부 고위관계자 대우전자 빅딜배제 공론화.

△6월30일 삼성, 삼성차 법정관리 신청. 이건희회장 사재 출연 발표.

〈박래정·이철용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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