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車 청산 돌입]정부-삼성-대우 득실

  • 입력 1999년 7월 1일 01시 27분


‘삼성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조8천억원을 내놓고 빚더미의 삼성자동차를 청산하고 삼성생명의 증권거래소 상장이란 실리를 챙겼다.’

법정관리로 결말이 난 삼성자동차의 처리결과를 놓고 재계에선 이런 손익계산법을 내놓는다. 삼성은 골칫거리였던 삼성차를 청산하는 대신 숙원사업이었던 삼성생명 상장을 실현하고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인 삼성차 처리를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대타협을 이뤄냈다는 이야기다.

삼성생명의 기업공개 허용은 교보생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이는 삼성차의 빅딜 파트너였던 대우그룹에도 교보지분(35%)을 매각할 수 있는 부수적 이익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삼성과 대우간 빅딜은 깨졌지만 삼성은 정부와 벼랑끝의 빅딜을 성공시키고 대우도 실익을 챙긴 3자 모두의 윈―윈게임을 성사시켰다는 평가다.

▽삼성의 득과 실〓이회장은 삼성차 부채를 갚기 위해 2조8천억원에 상당하는 삼성생명 지분 20%를 내놓음으로써 개인적으론 엄청난 재산 손실을 입게 됐다. 그러나 그 대가로 삼성생명 상장이 이뤄질 경우 계열사의 자산증가로 사재출연액을 상쇄하고도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삼성 내부적으론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이 상장시 70만원 이상 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를 출연해도 삼성생명에 대한 경영권을 잃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 이회장의 지분은 당초 26%에서 6%로 줄게 되지만 아들 이재용씨가 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20.7%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회장 가족 전체로는 최대주주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어 결국 이회장 일가가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

우리나라에선 생보사의 상장 사례가 없어 삼성생명의 상장 후 주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지만 증권가에선 주당 70만원 이상 갈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계산〓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 된 삼성차를 처리함과 동시에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

금감위는 작년 12월7일 삼성과 대우간 자동차―전자 빅딜약속이후 삼성차 부채처리를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6개월을 허비했으나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등 잘나가는 상장사로의 부채이전은 외국인주주 등의 반대로 어렵다는 결론이 났고 삼성의 돈줄인 삼성생명에 부채를 떠안기는 것은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하는 법적 제약이 있었다. 결국 삼성생명의 상장을 허용함으로써 채권단의 손실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해답을 찾은 것이다.

정부가 삼성생명과 함께 교보생명의 상장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은 특혜부담을 의식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교보상장 허용은 교보지분 35%를 보유한 대우그룹 구조조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사재 출연이라는 구실 아래 보험가입자의 재산을 삼성자동차의 부실 해소에 쓰는 것을 반대한다”며 “삼성생명의 상장은 정부가 빅딜정책의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생보사의 재산을 재벌에 넘겨주는 또다른 정책적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평인·이용재기자〉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