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네자릿수 시대/전문가 4人의 장세 전망]

  • 입력 1999년 7월 7일 18시 29분


◆저금리 기조의 정착과 구조조정의 지속으로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 너무 빠른 상승속도를 빼곤 악재가 별로 없다. 94년 종합주가지수가 1100을 넘었을 때 금리수준은 연 12%대. 7%대인 지금은 당시보다 투자환경이 더 좋은 셈이다. 저금리로 인한 금융장세에다 실물부문이 따라와 준 것이 상승세 지속을 점치는 근거다.

올들어 계속되고 있는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은 주가 추가상승의 중요한 변수다. 대세는 상승국면이라도 개인들은 점점 투자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될 것이다. 좋은 주식만이 인정받는 주가 차별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 기관화장세가 펼쳐질수록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얼마나 더 오를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종목이 오를지가 관심거리.

이제는 직접투자는 피하고 간접투자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기관투자가들이 주도하는 장에서는 개인보다 기관들의 수익률이 좋을 수밖에 없다.

간접투자도 단기에 수익을 내기 위해 투기적으로 운용될 공산이 큰 스폿펀드 등 단기상품보다는 1년이상의 장기펀드가 유리하다. 장기펀드는 기업가치에 근거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박현주<미래에셋 사장>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돈의 힘이 공급물량을 월등히 앞서고 있어 추가상승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수익률 100%를 넘어선 뮤추얼펀드가 속속 생겨나 시중자금이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증권 내에서도 주식형의 비중이 높아질 전망.

기업들의 수익구조도 좋아보여 3·4분기(7∼9월)에는 크게 호전된 12월 결산법인들의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면 주가 상승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종목이 다 오를 수는 없고 실적이 크게 좋아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간에 주가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점이 걸림돌. 그동안 쌓아왔던 평가이익을 실현하려는 ‘팔자’물량이 쏟아지면 4·4분기(10∼12월)이후에는 주가상승이 완만해질 가능성도 있다.

연내 종합주가지수 1200은 무난해 보인다. 내년 말 지수는 1400 정도로 예상된다.

한국시장이 기초(펀더멘털)에 비해 주가 상승속도가 빠르다고 보는 외국인들은 아직까지 큰 돈을 들여오지 않고 있지만 내년 내후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준비할 채비를 하고 있다.

빌 헌세이커

◆각 민간 경제연구소의 금년도 상장회사들의 예상 순이익규모에 비춰볼 때 종합주가지수 1000도 저평가됐다고 본다. 다만 작년 6월 이후 주가지수가 3.5배 이상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의 기술적 조정은 거칠 수 있다. 대세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는 외국인투자자의 동향.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투자비중이 20% 안팎으로 커진 상황에서 이들이 보유주식을 팔면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올 한해 30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유상증자 대금을 기업들이 어떻게 쓰느냐다. 상장사들이 유상증자 대금을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미련없이 한국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외국인들은 말한다.

기업의 수익이 주가에 곧바로 반영되는 기관화 장세를 맞아 객장에서 뜬소문을 듣고 투자하는 과거의 행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어떤 회사가 정말로 돈을 벌고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간접투자상품은 지수를 따라가야 하는 부담때문에 대형우량주 중심으로 분산투자할 수밖에 없어 단기간에 ‘대박’을 터뜨리긴 어렵지만 그래도 안전하다.

강창희<현대투신운용 사장>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한 것은 성공적인 구조조정 및 기업수익 호전 등 경제적 전망의 개선을 반영하고 있다.

상장회사들의 이익은 향후 수년 동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며 많은 주식이 아직도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시장은 연말까지 1150에 무난히 도달할 것 같다.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종합주가지수는 연내 1200, 내년과 내후년에는 1300∼1400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다만 많은 시세차익을 낸 일부 투자자들이 ‘팔자’주문을 내놓고 있어 단기간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증권분석가)들은 악재들로 △미국증시의 약세반전 △정부의 시장진정책 △군사적 충돌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분좋은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보유중인 주식은 팔지 말고 당분간 더 갖고 있는게 좋다.

네자리 주가지수 시대에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기업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향후 수년 동안 어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지를 살피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에드윈 머너<대한투신 투자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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