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은 이날 삼성에 공문을 보내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출연해 한빛은행이 보관중인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 중 협력업체 손실 보상분을 제외한 330만주의 처분권도 채권단에 위임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삼성그룹의 틈새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던 채권단이 이같은 행보에 나선 것은 삼성생명 주식의 연내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추가담보 설정의 근거가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고위관계자는 “우선 회계법인을 통해 삼성생명 주식의 정확한 가치를 산정한 뒤 이 주식을 삼성 계열사가 장외매입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생명 주식 처분은 늦어도 연말 결산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계열사에 주식을 판 돈이 모자랄 경우 추가담보를 잡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비상장 주식은 담보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삼성생명 주식이 올해안에 상장되지 못하면 채권 금융기관은 대출금의 75%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대우전자와의 빅딜을 전제로 한 기존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상황변화에 맞춰 새로운 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
또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삼성측이 부채상환과 관련해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재무구조개선약정의 불이행으로 간주해 금융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