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車 처리]金대통령 발언 「진의」놓고 해석분분

  • 입력 1999년 7월 7일 23시 3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7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삼성자동차 문제 처리와 관련해 “은행도 채권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대해 진의가 무엇이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채권은행 편을 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삼성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기 때문.

정부측에선 ‘채권은행이 끝까지 빚을 받아내라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빚을 받아내기 위해선 담보를 확보하고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 회장이든 누구에게서든 돈을 더 받아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가 삼성에 대해 ‘압력’을 가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회장이 출연한 400만주가 채권단 부채상환 및 협력업체 손실보상에 필요한 2조8000억원에 부족할 경우 삼성측이 책임져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중이다.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은 부족분에 대해 이회장이 사재를 추가출연할 것을 요구하며 금융제재까지 할 수 있다고 이미 으름장을 놓았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한빛은행도 밀어붙이기 공세를 펴고 있다.

반면 삼성측에선 김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은행도 책임을 분담하라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환영한다”는 태도다. 그러면서도 삼성자동차에 대한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는 14일경까지는 아무 할 말이 없다는 입장.

삼성으로선 자금력이 탄탄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돈을 끌어쓸 수 없는 상황에서 2조8000억원을 만들 방법이 삼성생명 주식 출연 외에는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측은 “채권단도 삼성차에 무담보 신용으로 대출해줬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중이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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