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인 김모씨(37)도 최근 주식으로 번 돈 7000만원을 벤처기업에 넣기 위해 투자대상을 물색중이다. 주식에선 벌 만큼 벌었기 때문에 유망기업 3, 4곳에 분산투자하면 한 곳만 성공해도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씨나 김씨처럼 미상장 벤처기업에 직장인 주부 등 일반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증시에서 목돈을 챙긴 뒤 새로운 고수익 투자대상을 찾아나서 생긴 현상이다.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원 모집을 시작한 서울엔젤그룹 등 전국 10개 에인절클럽에는 벌써 24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가입했다. 이들은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벤처기업에 이미 300여억원을 투자했으며 연말까지는 1000억원이상을투자할전망이다.
▽에인절 투자열기 후끈〓서울엔젤그룹은 설립 5개월만에 회원수가 1025명으로 늘어났으며 투자완료 금액도 17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18억원을 유치하려는 4개 기업에 개인투자자들이 34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몰려 최고 4대1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올 3월 설립된 기보엔젤클럽은 323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72억원의 투자를 끝냈거나 계획중. 563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경기엔젤클럽은 50여억원을 투자했으며 무한 대덕 등 중소에인절클럽들도 각각 50∼100명의 회원들이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부 등 일반인 급증〓지금까지 에인절투자는 일부 기관투자가나 사업가 등이 관심을 가졌을 뿐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던 투자대상.
그러나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들이 두드러지게 약진하면서 상장전 벤처기업에 미리 투자하려는 일반인들이 크게 늘었다.
서울엔젤그룹의 경우 전체 회원의 40%가 직장인이며 주부나 소액개인투자자 등을 합하면 일반인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 보통 500만원 이상을 투자하지만 최근 들어 평균투자금액이 3000만원으로 늘었다.
경기엔젤클럽은 회원의 70% 이상이 직장인이나 주부 등 일반투자자로 구성돼 있으며 기보엔젤클럽도 초기에는 직장인이 5% 미만에 그쳤으나 최근 20%까지 늘어났다.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이같은 투자열기로 영세 벤처기업들은 자금난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매우 높다.
서울엔젤그룹 백중기사무국장은 “에인절투자는 10건중 2,3건만 건져도 성공”이라며 “무조건 전액을 투자하기 보다는 기업내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여러 곳에 분산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