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클럽」도 개인투자자 몰려…직장인-주부들 열기

  • 입력 1999년 7월 12일 20시 08분


10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하던 주부 박모씨(32·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얼마전 500만원을 빼내 정보통신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에인절’이 됐다. 네살배기 아들을 위해 유망벤처기업에 묻어두면 몇년후 수십배, 수백배의 이익이 남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대기업 과장인 김모씨(37)도 최근 주식으로 번 돈 7000만원을 벤처기업에 넣기 위해 투자대상을 물색중이다. 주식에선 벌 만큼 벌었기 때문에 유망기업 3, 4곳에 분산투자하면 한 곳만 성공해도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씨나 김씨처럼 미상장 벤처기업에 직장인 주부 등 일반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증시에서 목돈을 챙긴 뒤 새로운 고수익 투자대상을 찾아나서 생긴 현상이다.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원 모집을 시작한 서울엔젤그룹 등 전국 10개 에인절클럽에는 벌써 24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가입했다. 이들은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벤처기업에 이미 300여억원을 투자했으며 연말까지는 1000억원이상을투자할전망이다.

▽에인절 투자열기 후끈〓서울엔젤그룹은 설립 5개월만에 회원수가 1025명으로 늘어났으며 투자완료 금액도 17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18억원을 유치하려는 4개 기업에 개인투자자들이 34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몰려 최고 4대1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올 3월 설립된 기보엔젤클럽은 323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72억원의 투자를 끝냈거나 계획중. 563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경기엔젤클럽은 50여억원을 투자했으며 무한 대덕 등 중소에인절클럽들도 각각 50∼100명의 회원들이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부 등 일반인 급증〓지금까지 에인절투자는 일부 기관투자가나 사업가 등이 관심을 가졌을 뿐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던 투자대상.

그러나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들이 두드러지게 약진하면서 상장전 벤처기업에 미리 투자하려는 일반인들이 크게 늘었다.

서울엔젤그룹의 경우 전체 회원의 40%가 직장인이며 주부나 소액개인투자자 등을 합하면 일반인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 보통 500만원 이상을 투자하지만 최근 들어 평균투자금액이 3000만원으로 늘었다.

경기엔젤클럽은 회원의 70% 이상이 직장인이나 주부 등 일반투자자로 구성돼 있으며 기보엔젤클럽도 초기에는 직장인이 5% 미만에 그쳤으나 최근 20%까지 늘어났다.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이같은 투자열기로 영세 벤처기업들은 자금난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벤처기업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매우 높다.

서울엔젤그룹 백중기사무국장은 “에인절투자는 10건중 2,3건만 건져도 성공”이라며 “무조건 전액을 투자하기 보다는 기업내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여러 곳에 분산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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