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車채권단회의]「빚 전액상환」 확약서 받기로

  • 입력 1999년 7월 13일 18시 36분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삼성차 부산공장을 정상 가동시키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 운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또 삼성그룹에 대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로 기존 부채를 모두 갚지 못할 때를 대비, 손실보전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요구할 방침이다.

한빛은행 등 삼성자동차의 16개 채권금융기관들은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빛은행 본점에서 삼성차 법정관리 신청 이후 처음으로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

삼성차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의 유한조(柳漢朝)이사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주 안에 삼성과의 본격협상을 시작해 가능한한 빨리 이 문제를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처리〓채권단은 삼성차 부산공장 처리에 대해 채권확보를 극대화한다는 원칙 아래 국내외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특히 부산공장의 담보가치를 유지하려면 현재의 생산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당초 채권금융기관들이 부산공장의 추가 자금지원 필요성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한빛은행 유이사는 “3조5000억원을 들여 최신 설비를 갖춘 부산공장이 유휴화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국내외 유수의 자동차메이커가 생산라인을 맡아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자금지원 여부와 규모는 주변상황에 따라, 생산라인을 누가 가동하느냐 등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부산지역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의중에 따라 결국 돈을 대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부산공장 처리 방식과 관련해 채권단은 △자산 및 부채이전(P&A) △인수합병(M&A) △장기임대 등 세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장기임대는 이날 처음 나온 아이디어. 한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한보와 기아의 예에서 보듯 해외매각은 시일이 오래 걸리고 협상과정도 매우 복잡하다”며 “인수의사는 있지만 자금여력이 없는 대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단은 우선 삼성차 부산공장에 대한 실사를 벌인 뒤 이 결과를 토대로 국내외 자동차메이커를 대상으로 공장 매각협상을 벌일 계획.

이와는 별개로 채권단은 “세계적 대기업인 삼성이 부실채권을 만들어 금융기관에 큰 손실을 입히는 것은 삼성측에도 오명일 뿐만 아니라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처사”라며 “삼성은 채권기관의 상처를 치유할 1차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채권단의 모든 부채를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삼성측의 확약서를 제출받은 뒤 이를 삼성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포함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삼성생명 주식배분〓채권단은 한빛은행 산업은행 외환은행 서울보증보험 대한투자신탁 등 5개사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채권자로 한빛은행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이미 확보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의 처리방안을 놓고 채권기관간에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려 채권단 내부의 입장조율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서울보증보험은 8∼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1500억원대의 회사채 원리금을 지급해야 하는 점을 들어 삼성생명 주식을 우선 배분한 뒤 차액을 나중에 정산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 이미 담보를 갖고 있는 채권기관들은 삼성측의 채무보전 방안과 삼성차 공장매각이 구체화하기 전까지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맞서 격론이 벌어졌다.

채권단은 일단 다음번 운영위에서 채권기관별 삼성생명 주식 배분기준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 문제는 삼성차 문제가 마무리될 때까지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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