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적정금리 수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이 14일 일본의 저금리정책 실패원인을 조목조목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은은 이날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예에서 보듯 재정 통화 등 거시경제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경제주체들이 장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아무리 많은 돈을 풀어도 그 효과가 실물경제에 고르게 파급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일본은 95년 이후 단기금리를 연 1% 미만으로 억제하고 있는 대표적인 초저금리 국가. 이달초 콜(금융기관간 단기자금거래) 금리가 연 0.03%까지 떨어져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지만 경기침체 장기화로 디플레이션 기미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일본의 구조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신용위험 등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한 원인”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칫 물가관리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실물경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예측 판단과 이를 기초로 한 선제적 금리정책만이 저금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보고서 내용이 기존 저금리 정책기조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자 한은 고위관계자는 “연구리포트일뿐이며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은 안팎에서는 “요즘 금융시장 사정을 감안할 때 한은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보고서 형식으로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