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청탁 및 외압은 표면상 임창열(林昌烈)주혜란(朱惠蘭)씨 부부의 비리와는 또다른 구조다. 임지사 부부는 경기은행 퇴출이 결정될 무렵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
그러나 부실대출은 은행퇴출의 직접적 원인이 됐기 때문에 부실대출 관련 비리는 임지사 부부 비리의 원인이 된 비리라고 할 수 있다.
검찰주변에서는 이들 외에도 7,8명의 정 관계 고위인사가 경기은행 부당대출에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출외압 수사가 이뤄질 경우 파문이 임지사 사건 못지않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대출압력의 대가로 거액의 ‘사례금’이나 ‘정치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출외압’은 한보사건 등 과거 대형 경제사건에서도 비리의 핵심이었다. 수사에서 가장 먼저 밝혀져야 할 부분은 서전행장 진술의 사실 여부.
다음은 대출외압의 동기와 배경. 그러나 서전행장의 수사기록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수사가 이뤄진다면 대출청탁 대가로 금품수수가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품수수가 없을 경우 직권남용 혐의가 문제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시장과 국회의원은 지역은행에 대해 포괄적인 직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여부를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물론 최시장 등이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선의(善意)’로 대출청탁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다른 은행들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상황에서 경기은행은 부실업체에 수십억∼수백억원의 대출을 해줬고 이것이 퇴출의 결정적 원인이 됐기 때문에 부당대출 외압은 어떤 경우든 ‘선의’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서전행장은 검찰에서 “(태화건설 등)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이 없었더라면 경기은행은 퇴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서전행장은 퇴출의 원인이 ‘은행관리 잘못’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압에 의한 관치금융’ 탓이라는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