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사면초가 자금난]하루 막아야할 돈 수천억

  • 입력 1999년 7월 19일 18시 27분


대우그룹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돌았지만 이달들어서는 상황이 한층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달초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대우 계열사가 발행한 것으로 알려진 30억원대의 융통어음이 화제가 됐다.

급전조달 목적의 대기업 융통어음은 시중 자금난이 극심했던 시절엔 사채시장으로 모여들곤 했지만 돈 사정이 넉넉해진 올들어서는 자취를 감춘 상태였기 때문.

한 사채업자는 “명색이 재벌기업인데 돈에 오죽 쪼들렸으면 융통어음을 돌렸을까 싶어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이때부터 대우 어음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 관계자는 “대우가 올 4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기 직전에 이미 대우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여신 회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이 사실상 무산된 6월 하순에는 시중은행도 이 대열에 가담해 가뜩이나 어려운 대우의 자금줄을 더욱 조였다.

대우의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 류시열(柳時烈)행장은 “7월 들어서는 일부 계열사들이 만기 3일짜리 기업어음(CP)으로 연명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하루에 막아야 할 금액이 평균 수천억원대였고 자금수요가 집중된 월말에는 조 단위로 늘어나 그룹 전체와 제일은행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제일은행 이호근(李好根)상무는 “대우는 빅딜설로 전자제품 판매가 큰 타격을 받아 돈줄이 거의 끊긴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금융계에서는 “6조∼7조원이 만기 10일 이내의 초단기 악성부채인 상황에서 대우가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도 기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작년말 현재 대우그룹의 총부채는 59조8728억원. 그중 차입금은 총 46조1533억원이며 이 가운데 52.2%인 24조938억원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우그룹 4개 주력기업의 단기차입금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최고 8배 이상 불어났다는 점. 대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대우의 경우 96년말 1조2733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이 작년말에는 10조4584억원으로 무려 8배나 급증했다. 또 대우자동차는 1조2577억원에서 5조3185억원으로, 대우중공업은 1조2011억원에서 3조8414억원으로, 대우전자는 7500억원에서 1조8252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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