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와 대우증권이 자동차의 판매(수출)와 자금창구를 담당하는 ‘1주력사(자동차)―2계열사(증권, 종합상사)’체제가 가장 유력해 그룹은 사실상 해체의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장병주(張炳珠)㈜대우사장은 19일 대우증권 매각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증권은 자동차 자금조달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왔다”며 우회적으로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대우는 지난해 11월 계열사 10개 안팎의 축소계획을 발표한 뒤 4월19일 ‘9개의 계열사만 남긴다’고 강도를 더욱 높였다.대우의 미래는 이같은 자구계획 이행여부에 달려있다.
상반기 대우는 전자교환기(TDX)사업 등 총 100여건의 자산과 비주력기업을 매각했으나 대금은 고작 1조8000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에는 대우전자와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등 30여건, 총 11조원에 이르는 굵직한 매각 계획이 잡혀있다.
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매각계약 기준으로 보면 이미 재무구조 개선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부채비율 200% 달성은 문제없다”고 자신한다. 정부 및 채권단도 일단 유동성위기를 수습한 뒤 대우의 ‘막판 분전’을 기대하는 분위기.
대우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제출한 재무구조개선계획에 따르면 연말까지 △자산매각 8조8000억원 △국내외 유상증자 4조8000억원을 통해 부채비율 목표를 맞추도록 돼있다.
이번 유동성 개선조치 이후 대형 매각건이 잇따라 성사되면 대우의 자금사정은 급속히 풀릴 수도 있다.
금융권의 ‘신뢰’라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는 “대우전자의 30억달러 외자유치가 그쪽 이사회 승인을 남겨둔 상황”이라며 기대가 크다.
9월로 예정된 ㈜대우 대우증권 대우자동차판매 등 3사의 유상증자 작업(총 1조3000억원 규모)도 최근 증시 상황과 ‘배수진’을 친 대우의 자구계획을 감안할 때 큰 무리없이 소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9일 증시에서 대우 관련주는 대부분 상승세를 보여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해줬다.
대우 관계자는 “단기부채의 만기연장만으로도 그룹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 구조조정은 급류를 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다른 재벌보다 9개월 이상 늦게 구조조정을 시작한 만큼 외국 투자자들과의 ‘가격흥정’이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매각 시한이 정해진 대우의 약점을 파고들어 가격을 후려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우는 김우중(金宇中)회장의 ‘자동차 정상화 이후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주주로 남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회장이 그동안 전문경영인에게 일을 맡기기보다 직접 현장을 챙겨왔다는 점에서 그의 경영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
따라서 대우가 유동성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당장 경영권을 상실하지 않는 한 대우와 김회장간 ‘연결고리’는 김회장의 ‘결단’에 따라 다양한 모양새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