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채권단 지원방식 갈등…투신업계 반발 진통

  • 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대우그룹 채권단이 대우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해놓고도 신규자금 지원 비율 등을 놓고 금융기관별로 입장이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

▽채권단 속앓이〓채권단은 전체회의를 열고 대우에 대한 4조원의 신규자금 지원을 작년말 이후 금융기관이 회수해간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다시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투신업계는 이에 대해 “4조원의 대부분을 투신사들이 떠안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 계열사가 발행한 CP와 회사채는 모두 28조5547억원으로 이중 투신사 물량은 76.7%인 21조8888억원(CP 5조529억원, 회사채 16조8359억원)에 달한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내년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투신업계에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은행을 비롯한 전체 채권단이 신규여신을 공평하게 나누는 쪽으로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단 회의는 투신사들을 달래기 위해 대우가 제공한 10조원의 담보중 6조원을 신규여신용으로 배정했지만 투신사들이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단일안 마련까진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

은행권은 대우에 대한 채권단의 금융지원이 해외투자자들에게 과거 협조융자의 부활로 비쳐져 대외신인도가 다시 타격을 입지 않을까 내심 고민.

특히 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실사팀이 19일부터 주택 국민 하나 등 9개 은행에 대한 정례 신용평가에 착수한 상태여서 무디스측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일은행 매각 가속화〓제일은행의 유력한 인수후보인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이 가장 꺼림칙하게 여겼던 대우 여신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제일은행 해외매각 협상이 다시 급류를 타게 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대우그룹에 대해 채권단이 4조원을 신규지원하고 단기여신 만기를 6개월간 연장해주기로 한 것은 제일은행 매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정경준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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