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 『재계 화합―공존해야』…전경련 세미나

  • 입력 1999년 7월 21일 18시 47분


「재계의 경쟁양상과 생존방식이 대립과 갈등, 배타성의 기조 위에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김우중(金宇中)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1일 이같은 화두(話頭)를 던지면서 악화할대로 악화한 대기업간 관계의 봉합에 나섰다. 이날 제주에서 개막한 전경련 하계세미나에서 김회장은 개막사를 통해 재계의 ‘화합과 공존의 패러다임’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1개월 동안 다듬은 화합 메시지〓김회장의 메시지는 61년 한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전신)를 출범시킨 뒤 우리경제가 물질적 토대를 갖추도록 기여해온 재계가 정신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는 자기반성의 성격을 담고 있다.

김회장은 “척박한 환경에서 합의된 관례와 경쟁의 룰을 만드는 데 인색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신적 빈곤이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계의 사분오열을 유도했다는 것.

대우 관계자는 “그룹 해체까지 우려되는 마당에 ‘웬 화합타령이냐’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김회장이 무려 한달동안 공을 들여 메시지를 다듬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합을 강조할 경우 ‘재벌들이 뭉쳐 정부에 역공을 편다’는 억측을 살까봐 일부러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자’는 문단까지 끼웠다”고 덧붙였다.

▽재계 사분오열의 배경〓최근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파문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재계의 분열은 사실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가 잇따른 인수합병과 대북사업 선점으로 주가를 올리면서 다른 그룹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후 빅딜이 진행되면서 자산평가 경영주체 선정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고 급기야 중재에 나선 전경련은 대부분의 오해를 뒤집어썼다. 특히 지난해 6월 삼각빅딜 구상이 오갈 무렵 반도체사업 포기의사를 내비친 것이 빌미가 돼 현대에 경영권을 넘겨야 했던 LG는 전경련과 김회장의 ‘역할’에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재계와 정부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김회장〓전경련 회장은 재계의 이해와 자존심을 대변하는 상징적 존재. 이때문에 IMF사태를 부른 재벌들의 구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재계의 긍지를 평가절하할 수 없는 미묘한 위치다.

대우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어떤 총수가 전경련 회장이 됐더라도 재계와 정부의 비난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김회장이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사 그룹 구조조정에도 적잖은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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