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71P 대폭락]『다시는 투자안해 무조건 팔아달라』

  • 입력 1999년 7월 23일 23시 37분


주가가 사상 최대폭인 71.70포인트 폭락한 23일 증권사 객장의 개인투자자들은 “무조건 팔아달라”는 투매성 주문을 내는 등 하루종일 불안한 가운데 갈피를 잡지 못했다.

○ …서울 여의도의 각 증권사 본점 영업부 객장에서는 오후장 들어 지수급락에 당황한 개인투자자들의 “무조건 팔아달라”는 주문이 쇄도.

대신증권 관계자는 “오전부터 팔자주문이 많기는 했지만 오후장들면서는 무조건 하한가에 주문을 내달라는 ‘묻지마 팔자’주문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LG증권 관계자는 “일부 고객은 ‘어떤 종목을 팔아달라’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다시는 투자를 안하겠다. 계좌에있는전종목을 팔아달라’고요구하기도했다”고말했다.삼성증권관계자는“워낙악재가많아 주가가 떨어질 상황이긴했지만이처럼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의 공황심리에 의한 오버슈팅(over shooting)”이라고 평가했다.

○…오후장 개인들의 투매사태는 최근 대규모 순매수로 장을 받치고 있던 투신권이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큰 역할을 했다.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오후장 들어 ‘투신이 주식을 팔고 있다는 게 사실이냐’는 문의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며 “근거없는 소문이 주가의 낙폭을 확대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투신권은 1555억원 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돼 장중 루머는 거짓으로 판명.

○…지수가 장중에 이렇다할 반등도 못하고 줄곧 곤두박질치자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했거나 풋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희색이 만면.

한 선물 투자자는 “그동안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번엔 주가가 빠진다’고 전망해 선물을 매도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며 “이번엔 오른다고 하기에 매도포지션을 잡았는데 오랜만에 돈을 벌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장중에 8300여만원을 들여 9월물 10계약을 111에 매도했다가 106에 환매수해 무려 2500만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것.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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